"몸만 나왔다"…뜬눈으로 밤 지새운 밀양 산불 대피소

"혈압약 못 챙기고 나와"…"사발면 하나로 끼니 때워"
오전 빗발 시작, 오후 본격 비 전망…진화 "기대감"

24일 오전 밀양 삼랑진초등학교에 마련된 산불 주민 대피소. 2026.2.24 ⓒ 뉴스1 박민석 기자

(밀양=뉴스1) 박민석 기자 = 24일 오전 경남 밀양시 삼랑진초등학교. 밀양 산불 주민 대피소가 마련된 교정은 이른 시간부터 어수선했다. 현재 이곳에는 주민 108명이 몸을 피하고 있다.

해가 떠오르자, 산불 현장으로 향하는 진화 헬기들이 굉음을 내며 하늘을 오갔다. 운동장에 나와 있던 주민들은 고개를 들어 헬기 움직임을 바라봤다. 대피소 밖에서는 산불 현장에서 날아온 매캐한 냄새가 희미하게 감돌았다.

삼랑진읍 안태마을 주민 이정화 씨(75·여)는 전날 밤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는 "약도 못 챙기고 빨리 대피해야 한다고 해서 몸만 왔다"며 "집에서 밥을 먹고 마을회관으로 갔는데 곧이어 읍사무소에서 버스가 와 모두 대피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가 대피를 시작한 시각은 전날 오후 8시 30분쯤. 이 씨는 "추워서 (대피소에서) 4시간도 채 못 잔 것 같다"며 "핫팩을 나눠줘서 그걸 계속 안고 있었다"고 했다.

산불 발화 지점과 가까운 검세마을 주민들은 더 급박하게 몸을 피해야 했다.

대피소 한쪽에 설치된 쉘터 안에는 70~80대 주민 6명이 나란히 앉아 마을 걱정을 주고받고 있었다.

이들은 "마을 뒤 산이 벌겋게 타오르는 게 보였다"며 "빨리 나오라고 해서 집에도 못 들르고 그대로 나왔다"고 대피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 주민은 "혈압약을 먹어야 하는데 미처 챙기지 못했다"며 "오후 5시부터 대피를 시작해 대피소에서 받은 사발면 하나로 끼니를 때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집에 불이 옮겨붙을까 걱정돼 밤새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큰 피해 없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경남 밀양 산불 이틀째인 24일 오전 삼랑진읍 검세리 산불 현장에서 육군 치누크 헬기(CH-47)가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6.2.24 ⓒ 뉴스1 윤일지 기자

밀양 산불은 이날 오전 9시 30분 기준 진화율 85%를 보이고 있다. 산불 영향 구역은 141㏊로 총 화선 6.5㎞ 중 5.5㎞를 진화했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인근 마을과 요양 병원 등에서 주민 151명이 삼랑진초등학교와 마을 회관 등으로 대피한 상태다.

산림 당국은 산불 진화 헬기 34대, 진화 차량 159대, 진화 인력 893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서고 있다.

이날 밀양을 비롯한 경남 전역에는 10~40㎜의 비가 예보돼 있다. 박은식 산림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오전부터 빗발이 보이기 시작하다 오후부터 본격적인 비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예보된 비가 진화 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pms71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