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긴 술 모은 '가짜 양주' 단골에 강제로 먹여 죽게 한 악덕업주

부산 유흥주점 업주 2명 구속 기소

A 씨와 B 씨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주점에서 직원이 가짜 양주병 뚜껑 부분을 손으로 가린 채 서빙하고 있다.(부산지검 제공 CCTV 영상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손님들이 먹다 남긴 양주를 한곳에 모은 뒤 새로 포장해 정가로 판매한 유흥주점 업주 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단골손님에게 강제로 술을 먹인 뒤 숨질 때까지 방치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지검 형사3부(배상윤 부장검사)는 식품위생법 위반, 유기치사 등 혐의로 유흥주점 공동 업주 A 씨(30대)와 B 씨(40대)를 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은 2024년 9월 26일부터 작년 11월 25일까지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며 손님이 먹다 남은 양주를 모아 '가짜 양주'를 제조·가공·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들은 작년 8월 16일 A 씨 지인인 C 씨(30대)에게 가짜 주류를 판매하고, 1시간 30분 만에 C 씨가 정신을 잃자 9시간 동안 방치해 급성알코올중독으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C 씨가 숨지기 전 '술을 못 먹겠다'고 하자 주먹으로 폭행하고 억지로 입을 벌려 양주 반병 가량을 마시게 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손님이 먹다 남긴 양주들을 한곳에 모은 뒤 비교적 깨끗해 보이는 양주병에 담아 다른 손님에게 정가로 판매하는 '작업'을 벌였다. 주점 직원들은 양주가 새것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손으로 병뚜껑을 감싸 쥐고 방으로 들고 들어갔다.

또 이미 만취해 있거나 혼자 있는 손님들을 상대로 피고인들이 호객행위에 나선 뒤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C 씨의 경우 평소 피고인들 주점을 자주 방문했고, 그때마다 술을 급하게 마셔 금방 만취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피고인들은 C 씨를 상대로 수차례 '작업'을 벌였다.

앞서 경찰 수사단계에선 A 씨에 대한 구속 영장만 발부됐고, B 씨는 기각됐다. 그러나 보완 수사에 나선 검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B 씨 영장을 재청구해 피고인 모두를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부산 서면 일대에서 최근 2년간 만취 후 방치돼 숨지는 사건이 2건 발생했다"며 "이 사건이 악덕 유흥주점 관련자들에게 엄정한 형사적 책임이 반드시 따른다는 점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최근 A 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A 씨 측은 "가짜 양주를 제공하지 않았고, C 씨를 폭행하고 술을 억지로 들이붓는 등 강요 행위도 일절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A 씨가 증거도 일부 부인함에 따라 검찰과 A 씨 측은 다음 기일에 주점 직원들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ilryo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