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나오는 '한-일 해저터널'…'경제적 타당성 없다' 연구에도
- 홍윤 기자
(부산=뉴스1) 홍윤 기자 = 최근 통일교가 숙원사업인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위해 부산 정치권에 로비를 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한일 해저터널이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다.
17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터널에 대한 원론적인 구상이 나온 것은 일제강점기부터로 알려져 있지만 현대적인 논의는 1981년 당시 문선명 통일교 총재가 '국제하이웨이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일본과 한국을 해저터널로 연결하고 이를 다시 경부선과 북한의 경의선으로 이어붙여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계해 한국-일본-러시아-유럽을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후 정치권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일본 국회 연설에서 해저터널을 거론하고 1994년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채널 터널이 성공적으로 연결되면서부터다. 이후 부산을 중심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철이 다가오면 한일 해저터널은 '단골 레퍼토리'가 됐다.
특히 민주당 정권에서 북한과의 관계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철도와 같은 육상교통로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 시너지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금강산 관광을 시작으로 남북교류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1999년 일본 순방 등에서 때때로 언급했고 임기말이었던 2002년에는 당시 건설교통부가 한국교통연구원에 '한일 해저터널의 필요성 연구'를 의뢰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3년 일본 총리와 취임 첫 한일정상회담에서 한일해저터널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으며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현 통일부 장관)도 2004년 거제도와 일본 규슈를 잇는 해저터널을 거론하기도 했다.
민주당 후보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도 2016년 부산 동명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한일 해저터널 심포지엄'에서 한일 해저터널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으며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도 문재인 정부 초창기 한반도 정세가 호전됐던 2018년부터 한반도 투자론을 내세우며 한일 해저터널에 힘을 실었다.
다만 2019년 한-일 무역분쟁을 전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2021년 부산시장 등에 대한 재보궐선거에서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해저터널을 공약으로 내자 부산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당시 최인호 수석대변인이 "친일적 의제"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최근 통일교와의 연관성을 의심받고 있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부산항 물류기능 약화 등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힘 등 보수정당 계열에서는 역대 부산시장을 중심으로 장기의제로서 논의됐다. 한나라당 소속 안상영 전 부산시장은 참여정부 시절 한일 해저터널을 정책 과제로 제안했고 후임자인 같은 당의 허남식 전 시장(현 신라대 총장)도 2007년 "진지한 검토"를 언급하기도 했다.
서병수 전 시장도 2014년 지방선거에서 '필요성'을 제기했으며 2016년 서부산 지역에 대한 개발 계획을 담은 '서부산 글로벌시티 그랜드 플랜'을 발표하면서 실행과제 중 하나로 한일 해저터널을 포함했다. 부산발전연구원(현 부산연구원)에 관련 기초연구 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박형준 시장의 경우 별다른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2021년 재보궐선거 당선 당시 국민의힘 부산 지역 공약에 한일 해저터널이 포함됐다.
한편 중앙 및 지방정부의 추진의지와 별개로 연구기관에서는 한일해저터널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2003년 한국교통연구원의 검토에서는 비용대비편익을 0.4~0.5 수준에 분석해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2010년 부산발전연구원도 한일 해저터널 타당성 연구분석에서 생산유발효과를 54조 원으로 분석, 높은 경제효과를 기대한다고 했지만 경제효과를 넘어서는 큰 공사비 규모, 깊은 수심 등에 따른 기술적 문제로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
red-yun8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