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유물 속에 새겨진 한-일의 '삶'
국립해양박물관 기획전시 '조개, 카이' 2일부터 개최
동삼동-아타카 패총 '조개가면' 국내 최초 전시 등 볼거리
- 홍윤 기자
(부산=뉴스1) 홍윤 기자 = 부산 영도 동삼동 패총과 일본 구마모토현 아타카 패총의 조개껍데기 가면이 사상 최초로 국립해양박물관에서 만났다.
해양수산부와 국립해양박물관은 오는 2일부터 내년 3월 2일까지 기획전시 '조개, 카이 : 패각에 담긴 한국과 일본의 흔적'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고대 양국 사람에게 식량공급원이자 유용한 도구의 재료가 됐던 '조개'를 통해 바다를 매개로 이어온 수천 년의 교류와 문화적 연결을 탐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해양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가고시마역사미술센터, 구마모토 박물관 등 일본 6개 기관과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공주박물관 등 10개 기관의 협력을 끌어내 양국의 조개 유물을 총망라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부산 영도 동삼동 패총에서 발굴됐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 있었던 조개가면이 발굴 54년 만에 고향인 부산에서 처음 공개된다. 동삼동 조개가면은 일본 구마모토현 아타카 패총에서 발굴된 조개가면과 나란히 전시돼 두 국가의 문화적 연결고리의 원형을 탐구한다는 전시회의 취지를 담아냈다.
전시는 미디어아트 전시를 시작으로 △조개와 인간의 최초 만남 △생활조개의 쓰임새 △나전공예로 이어진 예술적 확장 △체험·공감형 전시 등으로 구성됐다.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미디어아트 전시는 조개껍데기 나이테로 불리는 성장줄무늬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조개껍데기의 성장줄무늬처럼 조개가 한-일 양 국가에서 고대부터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지는 조개와 인간의 최초 만남 전시에서는 다른 환경으로 인해 다른 생태적 특징을 보이는 양국의 조개를 소개하고 고대인의 식량원으로서 조개의 역할을 조명한다. 해당 전시에서는 조개패총 단면도를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당시 식생활과 환경이 어땠는지도 보여준다.
생활조개 쓰임새 전시에서는 한-일간의 교류의 흔적이 본격적으로 조명되기 시작한다. 한-일 인류의 최초 세공품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조개껍데기를 재료로 한 각종 도구와 장신구를 볼 수 있다. 동삼동 패총과 구마모토현 아타카 패총에서 발견된 조개껍데기 가면이 해당 코너에서 별도 공간에 국내 최초로 전시돼 있으며 한반도에서 자생하지 않는 조개로 생산됐지만 경주 등 남부 지역에서 발견된 말띠 꾸미개, 국자, 잔 등의 출토유물도 전시돼 고대부터 이어져 온 양국의 교류 흔적을 조명한다.
나전공예로 이어진 예술적 확장 코너는 조개껍데기를 활용한 대표적인 공예기법인 나전칠기를 통한 한-일간의 문화적 차이를 보여주는 전시로서 눈길을 끈다. 해당 코너는 자개 등 최근 전통문화에 대한 유행에 따라 2030세대들도 즐길 수 있는 전시로 기획됐다. 조개껍질에 의도적 균열을 내는 타찰법, 잘게 부순 자개를 표면에 빽빽이 채워 넣는 할패법 등 우리나라 전통의 자개기법과 함께 자개에 색을 입히는 기법인 일본 복채색법 등이 자세히 소개된다.
또한 철저한 분업화로 일종의 생산혁신을 이뤄낸 국내 근대 나전칠기와 유럽으로 수출된 일본의 나전칠기도 함께 소개돼 현대화를 이뤄낸 전통 공예로서 중요하게 조명된다.
체험·공감형 전시에서는 전자현미경을 활용해 국가마다 다른 조개껍데기의 색깔과 무늬를 자세히 볼 수 있는 코너와 미디어파사드를 이용한 인터랙티브형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됐다. 특히 조개 모형을 들고 흑백 스티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코너도 마련돼 나만의 조개껍데기 성장 줄무늬를 남길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된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김진태 국립해양박물관 선임학예사는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동삼동 패총 조개가면과 일본 구마모토 아타카패총 가면을 관람객들이 꼭 봤으면 좋겠다"며 "시간이 켜켜이 쌓인 패총에서 착안해 나만의 이미지를 쌓을 수 있는 흑백 네컷사진 등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체험요소도 이번 전시에 다수 포함했다"고 말했다.
김종해 국립해양박물관 관장은 "2025년은 한국과 일본이 국교 정상화를 이룬 지 60주년이 되는 실로 역사적이고 뜻깊은 해"라며 "이 기념비적인 해를 맞아 두 나라를 가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바다를 양국을 이어준 거대한 공간으로서 재조명하고자 했다"고 전시취지를 설명했다.
red-yun8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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