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미끼로 모집"…캄보디아에 대포통장 유통한 일당 48명 검거(종합)
- 홍윤 기자

(부산=뉴스1) 홍윤 기자 =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령법인 등을 통해 대포통장을 구해 캄보디아 범죄조직 등에 유통한 2개 조직원 48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취업이나 수수료 지급을 미끼로 계좌를 모집하고 20대 청년 등을 조직원으로 끌어들여 수십억 원의 금액을 편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12일 브리핑을 통해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A 조직원 27명, 사기 방조 등의 혐의로 2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A 조직원의 경우 모집책 등으로 활동한 18명, B 조직원은 8명이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조직원은 지난 2~5월 SNS를 통해 대포통장을 모집, 계좌 명의자들을 캄보디아 내 로맨스스캠, 코인 및 주식투자, 보이스피싱 등 범죄조직에 합류하게 해 국내 피해자들을 상대로 56억 원 상당을 편취했다.
이들은 국내외에서 모집책 등 역할을 분담해 텔레그램 같은 SNS를 통해 '고액 수수료를 지급한다'고 광고해 대포통장 명의자를 모집했다. 당시 이들이 지급하기로 했던 수수료는 개인 계좌의 경우 1000만~1200만 원 수준, 코인 및 법인계좌는 2000만~2500만 원 수준이었다. 해당 수법을 통해 모집한 계좌는 20개가량이다.
모집책들은 계좌 명의자를 만나 휴대전화 공기계에 제공할 계좌 앱을 설치해 등록토록 한 후 긴급여권으로 캄보디아로 출국시켰다. 계좌 명의자들은 캄보디아 프놈펜 공항에 마중을 나온 범죄 조직원들을 만나 앱이 설치된 휴대전화, OTP 카드 등을 인수해 사기 범행에 이용했다.
특히 캄보디아 내 사기 범죄조직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을 지급하지 않고 암호화폐인 테더코인(USDT)을 구매, 개인 코인 지갑으로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테더코인은 스테이블코인으로서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특성이 있어 범죄조직이 자금세탁에 자주 사용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또 계좌 명의자들은 캄보디아에서 귀국한 이후 "취업 사기를 당했다"며 허위신고하기도 했다. 이는 '범행 후 국내 입국시 취업 사기, 납치, 감금으로 경찰관서에 허위신고를 해야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현지 조직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경찰은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통해 납치·감금 신고를 한 계좌 명의자 2명에 대해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까지 추가해 형사입건했다.
B 조직은 SNS를 통해 '고수익 아르바이트생 모집한다'는 미끼로 명의자를 모집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파인애플 공장에서 6개월간 일하면 1억 원을 주겠다'고 속여 명의자들 이름으로 유령법인을 설립, 캄보디아 사기 범죄조직에 그 법인계좌를 유통했다.
이들은 서울, 부산, 대전, 충남 등 각지에 조직원을 두고 15개 유령법인을 설립해 법인통장을 개설한 후 그 중 4개를 캄보디아 프놈펜과 시아누크빌에서 활동하는 범죄조직에 유통하고 수천만 원을 받았다. 이들은 올 4~7월 피해자 68명으로부터 14억 2000만 원 상당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따.
특히 B 조직 국내 총책을 맡은 C 씨의 경우 조직원들에게 범행시 위력과시를 위해 신체 문신을 강요하고, 90도 인사 등 행동강령을 만들어 이를 어길 시 상급자가 하급자를 순차적으로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하는 등 신흥 조직폭력 형태 체계로 활동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급전이 필요한 20대 초중반 사회 초년생들이 금융계좌 제공 대가로 1000만 원 상당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범행에 가담한 사실도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더 많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 추가 계좌를 모집하고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가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검거되지 않은 B 조직원에 대해선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경찰은 향후 '투자사기' '로맨스 스캠' 등 범죄조직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승주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 팀장은 "전국적으로 캄보디아발 취업 사기, 납치, 감금 등에 대한 사건접수 내역을 모니터링하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캄보디아 측과의 공조를 통해 현지에 조직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면 더 많은 사실을 밝히는 것은 물론, 이 같은 범죄유형도 많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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