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강요였다" 항변한 30대 지적장애인…국민참여재판서 '실형'

국민참여재판서 징역 8개월 선고

부산고등·지방법원 전경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협박에 자신의 계좌를 넘겨준 지적장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거쳐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7부(신형철 부장판사)는 3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30대)에 대해 국민참여재판 기일을 열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2022년 8월 14일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자신의 명의로 개설된 법인 계좌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15년 보이스피싱에 가담했고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다'며 허위 신고해 실형을 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직업군인이었던 A 씨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다 의가사제대를 한 뒤 2017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이때 뇌에 심각한 손상이 생겼고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게 됐다. 장애 판정 후에도 보이스피싱과 관련한 범행으로 실형 2번을 선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022년 8월 구인 광고를 보고 적혀있던 번호로 연락한 A 씨는 "문신이 없는 것을 확인해야 하니 나체 사진을 보내라" 등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를 듣고 이에 따랐다.

A 씨의 사진을 받은 조직원은 태도를 바꿔 "나체 사진을 유포당하기 싫으면 돈을 달라"고 했고 A 씨는 이를 거절했다. 이에 조직원은 '통장이라도 달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A 씨 외에도 다수의 통장을 이용해 피해자 B 씨에게 2억 원 이상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통장을 넘겨준 뒤에도 조직원들의 위협과 지시에 따라 중국이나 캄보디아 등 해외로 이동했고, 외국에서 폭행과 성고문 등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A 씨 측은 "A 씨는 겉으로 멀쩡해 보이지만 지적장애가 있어 제대로 된 상황 판단이 안되고, 강요에 의한 범행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검찰은 "통장을 넘긴 것이 협박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또 장애 이후에도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전력이 있다"고 설명하며 징역 1년 4개월을 구형했다.

배심원 7명 모두 유죄로 판단했고, 이들 중 4명이 징역 8년 평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계좌가 범행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던 것으로 보이고, 강요에 의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엄격하게 정해져 있는 책임조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또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입법 취지를 고려해 배심원들의 양형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이 같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ilryo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