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치매 친형 목졸라 죽인 60대…국민참여재판서 징역 10년
- 장광일 기자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뇌병변을 앓고 있던 친형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3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60대)에 대해 국민참여재판 기일을 열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4월 19일 부산 사하구 소재 자신의 거주지에서 친형 B 씨(70대)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2006년 사고로 뇌병변 장애 판정을 받은 B 씨는 지난 3년간 강원도에 있는 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부산 조선소에서 근로하던 A 씨는 지난해 12월 배우자와 이혼한 뒤 올해 2월 실직까지 하게 되면서 심한 우울증과 알코올의존증을 겪게 됐다.
올해 4월 1일 오랜만에 친형을 보러 간 A 씨는 청소 등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B 씨를 보고 부산에 데려와 함께 살기로 마음 먹었다.
같은 달 18일 B 씨와 함께 밖에 나선 A 씨는 형의 걸음이 늦자 '반찬을 사갈테니 먼저 집에 가 있어'라고 했다. 정작 A 씨가 집에 갔을 땐 B 씨는 집에 없었고, A 씨는 경찰의 도움으로 형을 찾을 수 있었다.
범행 당일에도 B 씨는 놀러나간 뒤 길을 잃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끝내 술을 마시던 A 씨는 "형을 죽이겠다"고 경찰에 신고 후 "형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살만큼 살았으니 이제 그만 사십시오"라고 말하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 뒤 A 씨는 경찰에 자수했다.
이날 A 씨 측은 "범행 이후 자수했기 때문에 양형 이유에 참작돼야 한다"며 "당시 피고인은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여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장애를 가지고 있어 범행에 취약한 친형을 화가 난다는 이유로 살해했다"며 "또 피고인은 과거 음주 운전 등으로 처벌 받은 전력이 수차례 있는데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서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감형을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범행 직후 112에 신고했고 피고인이 고령의 피해자를 부양하기 위해 노력했던 점, 우울증 치료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A 씨 측 변호인은 "B 씨는 경제 능력과 스스로 생활할 능력이 없었다"며 "이 사건은 갈등이 없던 두 사람 사이에서 우발적이고 순간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고 변론했다.
또 "피고인은 사건 전에도 112 신고했는데 구체적이고 근본적으로 예방조치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또 망인의 아들과 합의해 선처 탄원서를 받았다"고 했다.
A 씨는 최종진술을 통해 "형을 이렇게 해놓고선 할 말이 없다"며 "남은 인생 조그만 생명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고 항상 뉘우치고 참회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발언 기회를 얻게 된 A 씨의 딸은 "이번 일로 늘 환하게 웃으셨던 큰아버지 잃고 법정에 서있는 아버지를 보고 가족들도 괴로워하고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건 알지만 우리 가족의 안타까운 현실을 잘 봐줬으면 좋겠다"고 재판부와 배심원에 호소했다.
재판부는 "'자수 감경'은 '임의적 사유'며 범행 경위, 결과의 중대성 등을 려해 감경 인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범행 전후 경찰 신고, 범행 당시 심리를 상세히 기억하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심신미약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배심원 9명 모두 유죄로 판단했고 양형은 각각 징역 12년 1명, 징역 10년 5명, 징역 8년 1명, 징역 7년 2명"이라며 "이 사건 범행 내용을 비춰보면 그 죄질이 무겁고, 피고인은 다수의 전과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3년 전부터 혼자 거주하는 피해자를 부산에 데려와 진료를 받게 해줬고 이 사건 발생 당일엔 피해자의 뇌병변 관련 치료 계약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며 "계획적이 아닌 연달은 실종과 음주로 인한 우발적 범행인 점, 범행을 반성하고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ilryo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