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알몸 여성 앞 도끼 들고 "어디 자르면 불편할까"…20년 전 그놈이었다

[사건의 재구성] 1993년 서울 무장 탈영병, 20년 복역 가석방
2년전 부산 성매매 여성 위협해 촬영…징역 2년6개월·집유 2년

ⓒ News1 DB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지난 2022년 7월 3일 부산 남구 한 모텔. 50대 남성 임모 씨가 도끼를 들고 함께 방에 들어온 여성 A 씨에게 말했다.

"팔이랑 다리 중에 어디를 자르면 더 불편할 것 같냐?"

임 씨는 A 씨에게 "성매매했고, 언제부터 누구랑 만났고, 한 번 했을 때 얼마를 받았고, 현금인지 계좌인지 남자 이름이랑 나이랑 생각나는 거 다 적어라"며 "누가 시켜서 이런 일 하는 건지도 적어라"고 강요했다.

당시 나체 상태였던 A 씨는 임 씨 지시에 따라 종이에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임 씨는 그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영상 촬영이 끝나고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A 씨 지인들을 만났다. 이 과정에서 임 씨와 A 씨 지인들 사이에 언쟁이 벌어지면서 경찰이 출동했고, A 씨에 대한 임 씨의 범행 사실도 드러났다.

임 씨는 이로부터 수 일 전 성매매를 위해 즉석만남 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했다. 앱을 통해 여러 사람과 대화하던 그는 누군가에게 욕설을 들었다고 한다. 수사 기관은 임 씨가 자신에게 욕한 사람이 A 씨라고 착각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임 씨는 A 씨를 "위협한 적 없고 스스로 자술서를 작성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선 임 씨가 과거 '혜화동 무장 탈영병 총기 난동 사건'의 범인이란 사실도 드러났다.

1993년 강원도 철원군 주군 육군 부대에서 복무 중이던 임 씨는 당시 총기와 수류탄을 들고 탈영했고, 승합차를 탄 시민들을 인질로 삼아 운전을 강요했다. 또 그는 여러 시민에게 총을 난사하기도 했다. 당시 사건으로 1명이 숨졌고 7명이 총상을 입었다.

임 씨는 이때 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20년 정도 형을 산 뒤 가석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씨의 A 씨 협박 등 사건 1심 재판을 맡은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6단독(조재혁 판사) 임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사 기관에서 직접 경험하지 않고선 알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했다"며 "이 사건이 촬영된 영상에서 피해자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1993년 범행 이후 사회로 복귀하는 기회를 얻었고 평생토록 자숙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인데도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그 내용 역시 매우 충격적"이라며 "다만 피해자를 위해 500만 원을 공탁한 점, 1993년 사건 이후 성실히 살아온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1심 판결에 대해 임 씨와 검찰은 모두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이 사건 2심을 맡은 부산지법 형사항소2-2부(권준범 부장판사)는 "원심 판결은 정당하지만 당심에 이르러 상당한 금액의 합의금을 지급하고 합의에 이르렀고, 이에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ilryo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