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심사 불허'로 김해공항서 5개월 보낸 기니인…"햄버거만 먹었다"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서 승소…법무부 항소 여부 주목

D 씨가 9월 13~17일 5일간 찍은 출국대기실 식사 메뉴. (공동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스1) 김태형 기자 =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입국이 불허돼 5개월째 공항 내에서 숙식 중인 외국인이 '난민 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함에 따라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부산지법 행정단독(박민수 부장판사)은 24일 오후 기니 국적 A 씨(30대)가 김해공항 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법무부가 2주 내로 항소하지 않으면 A씨는 입국 절차를 밟고 난민 심사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공동위) 등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4월 27일 김해공항에 도착한 뒤 본국에서의 정치적 박해를 이유로 난민 신청을 했으나, 법무부로부터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을 통보받았다.

그러나 A 씨는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그동안 공항 내 출국 대기실에서 지내면서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특히 이 과정에서 식사 대부분을 햄버거로 해결하는 등 '비인권적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난민법과 그 시행령, 송환 대기실 운영규칙 등은 '난민 신청자에겐 출입국항에서 위생과 안전, 국적국 생활관습과 문화에 따른 적절한 의식주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김해공항 출입국 당국은 "지난 수 개월간 무슬림인 A 씨가 먹을 수 있는 '할랄' 음식은커녕 일반 성인도 매일 먹으면 버티기 힘든 햄버거를 거의 삼시세끼 제공했다"고 공동위 측이 밝혔다 .

A 씨에겐 아침·점심·저녁 모두 햄버거만 제공된 날이 많았고, 메뉴도 특정 브랜드의 동일 메뉴였다고 한다. 공동위 관계자는 "심지어 A 씨가 아침 9시 이후 기상한 날은 아침 식사를 제공하지 않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A 씨처럼 난민 신청이 거부돼 인천공항 출국 대기실에 머물러야 했던 수단 출신 B 씨도 당시 식사로 거의 매일 햄버거만 제공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공동위는 "국가인권위가 2016년 '출국 대기실 의식주가 개선돼야 한다'는 취지의 권고를 하고, 법무부가 2023년 '출국 대기실 환경을 개선했다'고 발표했음에도 10년이 지나도록 문제가 시정되기는커녕 공항 난민에 대한 인권침해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동위는 25일 오전 부산 연제구 인권위 부산인권사무소 앞에서 공항 출국 대기실의 관련 문제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th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