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에 망각 위기' 부산 수영구 포로수용소…"평화 위해 기억해야"
"1만명 수용 규모"…연이은 주택 재개발로 흔적 사라져
- 김태형 기자
(부산=뉴스1) 김태형 기자 = "(1950년 말) 부산 거제리에도 더 이상 포로를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포화상태가 돼 수영의 대밭 제1, 제2, 제3수용소와 가야리에 제1, 제2, 제3수용소가 증설됐다. 수영과 가야리 수용소는 거제리 제1포로 수용소의 보조수용소였다. 수영의 대밭 포로수용소는 현재 수영중학교와 동아중학교 일대의 인쇄창 거리에 있었다."
15일 제80주년 광복절을 맞아 역사학자 성강현 동의대 교수가 쓴 논문 속 옛 수영 포로수용소 일대를 찾았다. 이곳은 현재 재개발 구역에 포함돼 한창 주택재개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논문 속에 나오는 수영중학교와 동아중학교에서도 공사장 연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현장에선 성 교수 논문에 나온 옛 포로수용소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주민들에게 수소문했지만 "대부분 그런 곳이 있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 지역 일대에서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오랜 흔적을 기억하는 토박이들이 많이 사라진 탓이다. 한 주민은 "최근 이곳으로 이사 왔는데 포로수용소가 있었단 말은 처음 들었다"고도 말했다.
이곳에서 27년간 살았다는 70대 미용사 이모 씨는 "난개발이라고 할 정도로 개발이 많이 진행되면서 과거 흔적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이 없다"며 "옛날엔 육군 인쇄창이 있었는데, 해당 자리에 아파트가 지어졌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옛 인쇄창을 기억하는 이들은 몇몇 있었다. 현재 광원아파트(수영구 광안동)가 있는 자리에 군용지도 제작을 위해 지형을 측정하는 측지부대가 있었고, 이 부대에서 지도를 제작하면 이를 받아 인쇄하는 인쇄창이 있었다고 한다.
성 교수는 "측지부대와 인쇄창이 있던 자리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1만 명 정도 인원이 수용됐던 대밭 포로수용소가 나온다"며 "이들을 모두 수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근 수영중학교와 동아중학교 부지도 과거 수용소 자리였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 교수가 언급한 학교 2곳에선 과거 포로수용소가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이곳에 포로수용소가 있었다는 게 사실이면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기 때문에 비석을 세우는 등 아이들에게 교육하고 싶다는 것이 이들 학교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현장을 2시간 정도 둘러보면서 포로수용소를 기억하는 이를 찾은 결과, 이를 아는 주민 1명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전연술(67) 씨는 "과거 택시를 몰다가 지역 일대가 포로수용소였다는 것을 알았다"며 "측지부대 인근에 자리하고 있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성 교수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전쟁 시기) 전투를 수행했던 1만 명의 인간을 가둔 옛 수영구 포로수용소를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임시수도였던 부산이란 상징적 공간에 수용소 본원인 거제뿐만 아니라 보조수용소였던 수영, 가야를 전체적으로 조명해 평화의 의미를 시민들에게 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th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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