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던 산란계 모두 폐사"…경남 농작물 침수·가축 폐사 피해 커

"심은 고추 다 버려야"
경남도, 농작물 침수 피해 3964㏊·가축 8만여 마리 폐사 집계

지난 19일 내린 폭우로 밀양시 무안면의 손기혁 씨의 시설 하우스가 침수되고 있다.(손기혁 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경남=뉴스1) 박민석 기자 = "가슴팍까지 불어난 물에 키우던 산란계가 모두 폐사 했어요."

21일 경남 산청군 신안면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장상훈 씨(60)는 이른 아침부터 침수 피해를 입은 양계장을 수습하는 데 분주하다고 전했다.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19일 당시 상황에 대해 장 씨는 "양계장 인근 하천의 제방 둑이 터지면서 물이 가슴팍까지 차올랐다"며 "오후 1시 무렵까지 양계장을 지키다 계속 있다가는 위험할 것 같아 대피에 나섰다"고 했다.

전날 물이 빠진 양계장을 찾은 장 씨에게는 키우던 산란계가 모두 폐사하고 삶의 터전인 양계장이 망가진 모습만이 눈에 들어왔다.

2700마리의 산란계를 키우던 장 씨는 지난 17일 밤에도 침수 피해로 400여마리의 산란계를 잃고, 19일 침수로 키우던 모든 산란계가 폐사했다.

장 씨는 "닭장과 작업장 내 기계, 가구들이 모두 침수돼 밖으로 내놓았다"며 "양계장이 모두 뻘밭이 되고 사체도 곳곳에 널브러져 하루 종일 정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버릴 건 버리고 고칠 수 있는 건 들여다보고 있는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6개월에서 1년은 걸릴 것 같다"며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극한 호우로 침수와 산사태 피해가 속출한 산청군 신안면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장상훈 씨가 키우던 산란계가 모두 폐사해 있다.(장상훈 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밀양시 무안면에서 500평 규모의 시설 하우스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손기혁 씨(55)도 지난 19일 폭우가 쏟아지면서 하우스가 침수돼 한 해 농사를 망쳤다.

손 씨는 "평생을 밀양에 살았지만 이렇게 비가 많이 온 적은 처음"이라며 "고추는 이렇게 침수되면 병이 돌아서 다 죽게 된다. 심은 고추 묘종을 다 버려야 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시설 하우스의 전기 설비도 다 망가져 돈을 들여 새로 교체했다"며 "농작물 재해 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보장 기간이 최대 6개월까지라 실질적인 도움은 안될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경남지역에는 지난 16일부터 나흘간 평균 280.8㎜의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산청에는 평균 632.0㎜, 시천면에서는 798㎜의 극한 호우가 쏟아졌다.

경남도는 이번 호우로 도내 12개 시군에서 3964㏊의 농작물 침수 피해가 발생해 594억원 규모의 재산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지역별로는 산청이 1222㏊로 가장 피해가 컸다. 이어 의령(818.8㏊), 밀양(144.7㏊), 하동(142.2㏊), 진주(135.6㏊), 함안(62.5㏊), 창원(10.8㏊) 등 순으로 피해가 속출했다.

작목별로는 벼 3219㏊, 고추 163㏊, 콩 149㏊, 딸기 79㏊, 깻잎 25㏊ 등 순으로 피해가 컸다. 하우스 침수(203.6㏊)와 농경지 매몰(19.85㏊) 등의 피해도 잇따랐다.

가축은 도내 8개 시·군 23개 농가에서 가축 8만7968마리가 폐사해 5억4600만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됐다.

한우 182마리(산청·합천 9개 농가), 젖소 2마리(진주 1개 농가), 육계 7만2000마리(산청·합천 2개 농가), 산란계 2500마리(산청 1개 농가), 오리 1만2840마리(의령 2개 농가), 꿀벌 419군(밀양·함안·하동·산청·거창 7개 농가), 염소 25마리(합천 1개 농가)가 폐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도는 현재 시군별 피해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pms71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