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포럼]'묻지마 살인' '흉기 난동', 정부 대책은?

(부산ㆍ경남=뉴스1) 김성훈 부산외국어대학교 특임교수 = “아버지, 황산공원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중학생 아들이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사건에 대해 다급하게 전화를 해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몇 달 전 부산 금정구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된 사건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필자는 경남 양산에 거주하며 인근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부산외국어대학교에 연구 활동을 위해 자주 간다. 금정구는 부산에서도 부산외국어대학교와 부산대학교가 인접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교육 여건이 좋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금정구에서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던 정유정이 연고도 없는 또래 20대 여성을 살해한 뒤 훼손한 시신을 숨긴 캐리어를 들고 택시를 탄 후 양산시 동면 호포역 인근 황산공원 강변에 시신을 유기한 사건은 부산과 경남에서 매우 충격적인 사건으로, 한동안 시민들을 공포에 빠트렸다. 황산공원은 인근 부산 금정구 화명동 양산시민들이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자전거를 타거나 가족 단위로 캠핑과 산책을 즐기는 낙동강 수변공원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라 더욱 충격적이었다.
부산과 경남에서 정유정의 '묻지마 살인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최근 서울 관악구 신림역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서현역에서 일어난 흉기 난동 사건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를 흉내 낸 모방범죄를 저지르겠다는 '살인 예고' 글이 인터넷 카페와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사회적 불안과 국민적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경찰은 특별치안 활동을 선포한 후 주요 도심 지역에 경찰과 특공대와 장갑차 등을 배치해 치안 활동을 강화했지만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범죄를 예상할 수도, 피할 수도 없어 사회적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묻지마 흉기난동'과 같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불안정한 요인과 비정상적인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묻지마 범죄는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6월 홍콩, 프랑스, 미국, 일본 등지에서도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과 유사한 ‘묻지마 범죄’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통계조차 없던 ‘묻지마 범죄’를 ‘이상동기 범죄’로 정의한 뒤 관련 범죄 분석, 수집 통계, 대응책 마련 등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으나 1년이 넘도록 관련 통계자료가 제대로 집계조차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에 따른 소득 불균형과 사회 양극화로 인한 갈등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한 무차별 범죄로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묻지마 범죄 중 살인·폭행·상해와 같은 강력범죄의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대책 마련에 꼭 필요한 통계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단기적인 처벌 강화와 같은 강경 대응책만 쏟아질 우려도 제기된다.
불특정 다수를 노린 묻지마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일본은 그 원인을 '사회 양극화와 절망과 고독'이라고 진단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겪은 당시 일본의 2030세대에서 '은둔형 외톨이' 범죄가 잇따랐다. 이는 기본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가족 해체와 사회에 대한 불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극단적인 분노를 죄 없는 불특정 다수에게 쏟아낸 사건이다.
한국도 선진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소득 불평등과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희망을 잃은 이들이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면 극단적인 충동에 빠질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구조를 촘촘하게 파헤쳐 어느 부분이 병들어있는지 정확한 원인진단부터 해야 한다.
승자독식의 교육환경과 사회시스템, 커져가는 빈부격차 등 우리 사회 구조의 전반을 되돌아봐야 한다. 반사회적 정신병력 소유자나 은둔형 외톨이 등 이른바 '고위험군'으로 인식될 수 있는 이들을 사전에 파악해 체계적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고, 사회적으로 치유를 도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한 투자와 유사 범죄를 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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