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위·간암 줄고 폐·유방암 증가…1위는 '이것'

암 발생률 10년새 서구화…식습관 변화·고령화 영향
갑상선암 발생률 72%→56% 줄었지만 여전히 '최다'

지난 10년 새 한국 암 지형이 '서구형'으로 바뀐 것으로 조사됐다. 서구형 식습관의 영향으로 위암과 간암은 줄고, 폐암과 유방암, 전립선암은 크게 증가했다(국가암등록자료).

(부산ㆍ경남=뉴스1) 박재관 기자 = 10년 사이 한국인의 암 지형이 급격하게 변했다. ‘한국형 암’에서 ‘서구형 암’으로의 뚜렷한 이동현상이 확인됐다. 위암과 간암의 발생률이 낮아진 반면, 폐암, 유방암, 전립선암, 자궁체부암의 발생률이 높아지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20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1위인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2010년 2위이던 위암이 2020년에는 4위로, 5위였던 간암은 7위로 내려갔다. 위암과 간암의 발생률이 낮아진 것이다.

반면, 폐암은 2010년 4위에서 2020년 2위로, 유방암과 전립선암은 각각 5위와 6위로 2010년에 비해 한 계단씩 상승했다. 특히 지난 10년 사이, 전립선암은 109%, 유방암은 112%, 자궁체부암은 85% 증가하며 2배 가량 발생률이 높아졌다.

위암 발생률이 감소세를 보인 것에 대해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하 원자력의학원) 위장관외과 민재석 과장은 “위암의 발생원인 중 하나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율이 한국에서 낮아지고 있다”면서 “한국인의 식습관이 서구화 된 영향도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민 과장은 “국가검진 위 내시경 검사를 통해 위암의 전 단계에서 신속히 발견해 치료한 효과도 있을 것이다”며 “심지어 위암이 발견되더라도 초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간암과 자궁경부암 등의 발생률을 크게 낮아진 것은 예방접종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B형 간염 예방백신과 자궁경부암 백신의 역할이 컸고, 안전한 성생활과 각자 그릇에 덜어먹기 등의 식습관 변화도 기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OECD 국가에서 많이 발생해 ‘서구형 암’이라 불리는 폐암, 전립선암, 유방암 등의 증가세가 가팔라 주의가 요구된다.

폐암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인구의 고령화다. 폐암과 대장암은 나이가 들수록 급격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대표적인 암이다. 폐암 발병률은 65세 이상에서 10만 명당 1480명으로 전체 암 중 1위다. 65세 이상에게서는 위, 대장암보다 폐암이 더 많다.

원자력의학원 폐암식도암센터 김재현 과장은 “남성의 경우 흡연 이력이 있는 고령에서 폐암의 발생률이 높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에 걸릴 위험이 15~80배까지 증가하고 간접흡연에 노출될 경우 1.2~2배까지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또 “폐암은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는 암 5위에서 4위로 올라서며 증가하고 있고, 여성 폐암 환자의 80%는 비흡연자로 보고됐다”면서 주원인으로 튀김, 볶음, 구이 등 기름을 이용한 요리 시 발생하는 조리매연과 간접흡연을 지목했다. 이 때문에 환기팬을 활용하고 자주 환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립선암은 2010년에 비해 109.2% 증가하며 폐암, 위암에 이어 남자 주요 암 3위를 기록했다. 전립선암의 증가 원인에 대해 원자력의학원 비뇨기암센터 서영준 과장은 “동물성 지방이 많은 육류를 과다하게 먹을 경우 전립선암이 촉진될 수 있고, 남성호르몬의 영향도 받는다”며 “전립선암은 가족력과 유전력도 연관이 있고, 무엇보다 나이가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인 만큼, 50세 이상일 경우 간단한 피검사로 가능한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를 받으라”고 추천했다.

유방암은 이미 2016년부터 여성 주요 암 발생률 1위로 올라선 이후 2020년까지 지속적으로 1위를 기록하며, 2010년과 비교했을 때 112.1%나 증가했다. 이외에도, 자궁체부암(주로 자궁내막암)은 2015년까지 발생률 10위권 밖이었지만 10년 동안 85.7% 증가하며 여성암 8위에 올랐다.

원자력의학원 부인암센터 박상일 과장은 “자궁내막암이 증가한 원인은 고칼로리 섭취를 통한 과체중과 폐경 이후 인구의 증가, 호르몬 보충요법의 활용 증가 등을 들 수 있다”며 “특히 자궁내막암은 비만하면 발병위험이 2~11배 높아진다. 갑자기 생리양이 과다하거나 주기가 불규칙할 경우, 폐경인데도 질 출혈이 있다면 반드시 부인과 진찰을 받고 자궁초음파를 실시할 것”을 권했다.

전문의들은 증가하고 있는 암들은 공통적으로 기름진 식습관 및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 인구고령화와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올해 3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모든 연령대의 비만(허리둘레) 유병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인 남성의 비만(허리둘레) 유병률은 2011년 27.2%에서 2021년 40.3%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의들은 ‘서구형 암’ 예방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사하기, 식이섬유와 비타민이 풍부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 섭취하기, 주 5회 하루 30분 이상 걷거나 운동으로 자신의 체격에 맞는 건강 체중 유지하기, 금연·금주하기, 암 조기 검진 지침에 따라 정기검진 받기 등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의 '암을 예방하는 10가지 생활수칙' 포스터.

paksunb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