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과 달라진게 없다"…3명 사망 부산 지하차도 사고에 비판 커져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 사고와 판박이

23일 밤부터 부산에 최대 2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부산역 인근 초량 제1지하차도가 물에 잠겼다. 이로 인해 차량 안에 있던 3명이 구조됐으나 숨졌다. 사진은 119 구조대원들이 지하차도 배수작업과 구조작업에 들어간 모습.(부산경찰청 제공).2020.7.24/뉴스1 ⓒ News1 박세진 기자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부산에서 폭우로 3명의 아까운 목숨을 앗아간 초량 제1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관계당국의 안일한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23일 오후 10시18분께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175m 구간이 순식간에 침수됐다.

당시 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6대에 타고 있던 9명이 성인 키를 훌쩍 넘기는 2.5m 높이의 물에 고립된 끝에 3명이 숨졌다.

나머지 5명은 저체온증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고 1명은 건강상태에 큰 이상이 없었다. 이들 9명 모두 물이 차오르자 차량 밖으로 나와 대피를 시도했다.

이번 참사를 두고 2014년 8월25일 시간당 최대 130mm의 폭우가 쏟아졌던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 사고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우장춘로 지하차도에서 70대 할머니와 10대 손녀가 침수된 차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배수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인근 금정산에서 한꺼번에 쏟아져내린 빗물을 빼내지 못해 비극이 일어난 것이다.

24일 부산 동구 초량동에 있는 제1지하차도에서 폭우로 인해 흘러내린 흙물을 청소하고 있다.2020.7.24/뉴스1 노경민 기자 ⓒ News1 노경민 기자

부산시는 이후 '제2의 우장춘로 지하차도 사고'를 예방하겠다며 부산 전역 35개 지하차도 대부분의 전기시설을 지상으로 옮기고 배수펌프 용량을 늘려왔다.

하지만 이번 폭우에도 초량 제1지하차도 침수를 막지 못하면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관할인 동구에 따르면 이 지하차도에는 배수펌프 3개가 설치돼 있다.

동구 한 관계자는 "배수펌프가 수용할 수 있는 용량보다 더 많은 빗물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면서 배수기능이 마비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해명을 들어보더라도 폭우시 언제든 침수될 수 이는 지하도로인 점을 감안해 철저한 사전 대책을 세워놨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뒤늦은 지하차도 통제도 도마에 올랐다. 기상청은 23일 오후 8시를 기해 호우경보를 발효했지만, 사고가 일어날 때까지 통제는 없었다.

출입구에 침수 여부를 알려줄 안내판이 있지만 제대로 알림이 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희곤 미래통합당 국회의원(동래구)은 성명을 내고 "초량 제1지하차도는 그동안 비 피해가 있을 때마다 상습침수되는 지역이었고, 단시간 내린 집중호우라고 해도 만조시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부산시의 안일한 재해상황 인식과 미흡한 초동 대처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초량 제1지하차도 침수로 3명이 숨진 사고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배수펌프 정상 작동 여부 등도 확인하기 위해 현장 감식을 벌이고 관할 동구청을 대상으로도 조사해 과실이 확인될 경우 정식수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sj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