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신풍속'…반장선거 공약발표·투표도 온라인으로

부산 부산진여고 1학년 5반 사례 눈길
학교생활 주제 온라인 '후보자 토론'도

부산 부산진여고에서 지난 13일 치러진 1학년 5반 온라인 반장선거 개표 결과.ⓒ 뉴스1

(부산=뉴스1) 조아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온라인 2차 개학이 시작된 가운데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온라인 반장 선거'가 이뤄져 이목을 끈다.

부산 부산진여자고등학교에서는 최근 1학년 학생들이 반별로 반장 선거를 온라인으로 치른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특히 1학년 5반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지난 8일 부산진여고 1학년 5반 담임 교사가 학생들이 모두 들어와 있는 단체 SNS 채팅방에 온라인 반장선거를 공지하자 학생 7명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후보자들은 나흘동안 자신의 공약을 반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3분 영상'과 '선거 포스터'를 준비했다.

교사는 사전에 화려한 편집 기술에 학생들이 현혹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공약 설명에 충실한 담백한 영상을 당부했다.

반 학생들은 MS 팀즈에 탑재된 후보자들의 3분 영상과 선거 포스터를 읽으면서 어느 후보자에게 투표를 던질지 심사 숙고했다.

지난 13일 오전 MS 팀즈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되는 학급회의 시간에 학생 22명이 전원 참석했다. 후보자들은 각자 1분씩 화면을 통해 자신이 출마하게된 계기와 포부를 발표했다.

이어 '자질 검증'을 위한 짧은 후보자 토론회도 이어졌다. 학급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질의응답이 오간 것이다.

주제는 '반에서 왕따를 당하는 친구가 있으면 어떻게 할 것 인가' '일부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서 행동할 때 어떻게 하겠나' '자습할 때 떠드는 친구들에게 반장으로서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등이었다.

학생들이 투표를 행사한 시간은 2분. 같은 중학교 출신이나 서로 친한 무리의 학생들이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는 형식이 되지 않도록 투표권은 3장씩 주어졌다.

일부 학생들이 단체 행동을 도모하지 않도록 공약 영상과 포스터가 공개된 다음날 투표가 곧바로 이뤄졌다.

후보자 7명 가운데 최다 득표한 2명을 대상으로 결선투표가 진행된 끝에 반장 1명이 최종 선출됐다.

처음 치러지는 온라인 반장선거인 만큼 우려도 제기됐다.

서로 학급생활을 해보지도 않았고 충분한 대화를 나눠보지도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치르는 선거가 과연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고1 학생들은 지난 2월 중순 예비소집일 당시 교과서를 받기 위해 학교에 딱 한 번 등교해 친구들과 만난 것이 전부였다.

교사와 학생들은 반장선거를 하기 전부터 온라인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반장'이 어떤 의미고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직책인지 토론하기도 했다.

'희생' '봉사' '리더십' '솔선수범' '책임감' 등의 키워드를 제시하고 쌍방향으로 의견을 주고받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1학년 5반 담임인 정승요 교사(38·여)는 "의도적으로 특정인이 선출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부정선거에 해당하는 사례를 소개하고 금품이나 식사, 기프티콘을 주고받지 않도록 주의사항도 강조했다"며 "처음에는 굉장히 우려를 많이 했는데 아이들이 공약 영상을 보면서 생각보다 훨씬 진지한 마음으로 뽑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결과를 보면 같은 중학교 동창이 많은 학생이 아니라 공약을 명확히 제시한 학생이 선출된 것 같다"며 "후보자들과 미리 상담하면서 출마 계기를 물어보기도 하고 허술한 마음으로 출마하는 후보자가 당선되지 않도록 일부러 장치를 까다롭게 설정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로 얼굴을 못보는 상태에서 1년동안 함께 할 반장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뽑으려고 했다"며 "후보자의 성적 제약은 없었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반장의 모습을 알고 자신있는 학생이 선출되도록 만드는데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부산 부산진여고 1학년 5반 신입생 가운데 온라인 반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만든 선거 포스터.ⓒ 뉴스1

choah45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