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판매 400원 '마진' 보도에…약사들 "힘빠진다" 한숨
"코로나 확산방지 자부심으로 일하는 데 돈얘기 아쉬워"
- 박기범 기자
(부산=뉴스1) 박기범 기자 = "약사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스크를 팔아서 얼마가 남는다는 보도가 나오니 참 씁쓸하네요."
정부가 마스크 대란을 막기 위해 ‘마스크 5부제’를 도입한 첫 날인 9일. 약사들은 밀려드는 고객을 맞으며 마스크를 판매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를 취재하는 기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아 그 이유를 물었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 첫 날인 만큼, 익숙하지 않은 업무에도 고객을 응대하며 마스크를 판매했지만, 언론에서 "마스크 판매에 따른 약국의 수익이 400원"이라는 보도를 보고 몹시 불쾌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날 일부 언론은 약국에 공급되는 마스크 가격이 1장당 1100원이고, 약국은 1500원에 판매해 약국에서 1장 팔 때마다 400원의 이익이 남는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한 약사는 "1100원에 들여와 1500원에 판매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지금 약국의 이익을 얘기할 시기인가. 언론이 너무 쉬운 기사만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약사는 새로운 제도로 인한 현장의 어려움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마스크 5부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마스크 대란이 발생하자 정부가 긴급히 마련한 대책이다.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지정된 요일에만 약국 등에서 1인당 주 2매씩 구입 가능하도록 했다. 신원을 확인하지 않으면 마스크 거래를 할 수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약사들은 구매자의 신분증을 하나하나 살펴가며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다.
부산진구의 한 약사는 "평소에는 처방전을 보고 약을 제조해 판매하지만 지금은 신원을 다 확인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업무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기존 약국일을 하는데도 지장이 있는데, 얼마를 번다는 보도를 보면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대부분 약사들이 정부의 새로운 지침에 맞춰 문제없이 마스크를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약사는 "돈 얘기가 나오면 당장 고객들이 우리에게 불만을 토로한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신원 확인 등으로 업무가 늦어지거나, 마스크가 다 떨어져 판매를 하지 못할 경우, "돈을 벌면서 일을 제대로 안한다"며 불평하는 고객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수익이 400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카드로 결제할 경우 카드수수료를 내야 하고, 400원의 수익에 따른 소득세도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약사는 "5부제로 인해 기존 영업에 지장이 있는 것도 고려하면 수익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았는데,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사로서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데 함께 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며 "얼마의 수익이 있다는 보도보다는 모두가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언론이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부산에는 1534개의 약국이 있으며 1곳 당 250장씩 38만3500장의 마스크가 공급됐다. 이 외에도 우체국 510장, 농협 하나로 마트 2600장 등 총 38만6610장의 공적 마스크가 이날 부산에서 판매됐다.
pk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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