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엘시티 앞 펜스, '알박기 논란' 끝에 철거

6일 오전 철거…"수십억 매각 대금은 비공개"
2달여간 이어져 온 보행불편·미관훼손 해결

부산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인 엘시티 앞 보행로에 설치 됐던 펜스가 알박기 논란 끝에 철거될 예정이다. 부지 소유주인 우신종합건설측과 엘시티가 부지매각에 합의하면서다. 사진은 엘시티 앞에 설치된 펜스.ⓒ 뉴스1 박세진 기자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부산 해운대 엘시티 앞 도로에 한 건설사가 소유권을 주장하며 설치한 펜스가 '알박기 논란' 2달여 만에 철거된다.

해운대구는 5일 엘시티와 우신종합건설 측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지매각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6일 밝혔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양측이 협의를 진행한 끝에 엘시티가 부지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며 "매각 대금은 양쪽에서 서로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펜스는 6일 오전 철거될 예정이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11월 말 우신 측이 엘시티 앞 호안도로이자 시민 보행로로 이용돼오던 사유지 402㎡ 주변에 펜스를 치면서 불거졌다.

지역에서는 곧장 시민보행 불편과 관광도시 해운대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엘시티 입주가 시작된 후 펜스가 설치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알박기 논란까지 일었다.

이에 대해 우신 측은 "향후 진행할 개발사업을 염두에 두고 소유권을 표시한 것"이라고 맞서왔다.

부산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인 엘시티 앞 보행로에 설치 됐던 펜스가 알박기 논란 끝에 철거될 예정이다. 부지 소유주인 우신종합건설측과 엘시티가 부지매각에 합의하면서다. 사진은 엘시티 앞에 설치된 펜스.ⓒ 뉴스1 박세진 기자

관할인 해운대구는 해당 부지가 사유지인 탓에 행정조치 방안을 강구해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공시지가인 16억원 선에서 매입을 추진하는 계획도 검토됐지만 우신 측이 요구하는 금액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1월 초 엘시티 측이 대승적 차원에서 매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태해결이 급물살을 탔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이 직접 중재에 나선 끝에 양측은 1월 말부터 협의를 시작했다.

당초 서로 제시하는 금액 차이가 커 협상에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수차례 협의 끝에 합의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엘시티 측은 매입한 부지를 해운대구에 기부채납할 예정이다.

이광용 엘시티 부사장은 "엘시티가 들어서고 일어난 일로 전혀 관련이 없다고 볼 수는 없었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해야할 일을 하겠다는 판단 아래 부지 매입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양측 모두 지역 기업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를 시민들에게 보여주자는데 뜻이 모였고 일정 부분 서로 양보를 했다"며 "우리는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보상 금액을 제시했고 우신 측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순헌 구청장은 "펜스부지가 공적인 도로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신 측에는 공적 개념을 고려해야 하는 점을, 엘시티 측에는 일정 부분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달라고 전달해 협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알박기가 발생하더라도 결국 시민의 목소리를 능가할 수가 없다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며 "사유지라 하더라도 공적개념의 토지는 투자 가치가 없다는 점과, 알박기 방지를 위한 관련 규정 등을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옛 해운대역사 뒤편 상가 밀집 지역인 해리단길 한복판에 설치돼 알박기 논란이 제기됐던 펜스도 곧 철거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토지 소유주에 여러차례 해당 부지에는 어떠한 건축허가도 어렵다는 뜻을 전달한 끝에 철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j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