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경남-사건]#안인득 #대성호·창진호 전복 #진해 뺑소니
- 강대한 기자
(경남=뉴스1) 강대한 기자 = 올해 한 해 경남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충격적인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부터 잊을만하면 터지는 어선사고로 수십명의 소중한 목숨을 잃기도 했다. 또한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어린이 뺑소니범 불법체류자 송환을 위해 당시 법무부 장관이 나서는 등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이 저지른 살인 사건도 있었고, 신생아를 유기했던 매정한 부모들도 있었다.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말처럼 당사자의 입장에선 사건 하나하나 무겁지 않은 사안은 없었다.
이 중에서도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고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올해 경남의 사건·사고 3가지를 간추려 소개하며, 다가오는 경자년(庚子年)에는 좀 더 안전한 경남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22명 사상'…전 국민 분노케 한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지난 4월17일 새벽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큰 소동이 일었다. 이 아파트 4층에 살던 안인득(42)이 자신의 집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지른 것. 당시 화재를 피해 계단으로 대피하던 주민들은 양손에 흉기를 든 안인득에게 무참히 살해됐다.
안인득은 유독 노약자·여성들만 노려 범행했고 아파트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그는 주민들의 “살려 달라”는 비명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초등생인 여자아이 등 5명이 흉기에 찔려 숨지고, 4명은 중상을 입었다. 또 다른 13명은 화재 등으로 인해 부상을 당했다. 이 중 일부는 영구적 장애로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못하고 있다.
안인득은 수사기관에서 범행동기에 대해 “불이익을 받아왔다”며 횡설수설했다. 소위 정신분열이라고 부르는 ‘조현병’이었다. ‘자신을 쫓아다니며 불이익을 주는 집단이 있고, 이 집단이 아파트 주민들과 결탁해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참지 못하고 범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이었다.
무엇보다 안인득도 자신의 범행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안인득의 재판과정 역시 전국적인 이목을 끌었다. 방화와 살인으로 22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킨 범인이 직접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하면서다. 변호인과의 언쟁도 한 몫했다. 자신의 변호인에게 “답답하다”고 면박을 줬고, 재판 마지막에는 변호인도 “나도 (변호)하기 싫다”고 맞받아쳤다.
결국 안인득은 ‘사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이런 비극이 일어난 것에 대해 우리 사회에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으나, 그러한 사정이 잔혹하고 중대한 범행을 저지른 안의 책임을 경감시키는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9명 역시 만장일치로 유죄평결 내렸다. 8명이 사형, 1명이 무기징역이다.
이에 안은 직접 항소장을 냈다. ‘항소한다’는 이유 외 다른 기재사항은 없었다. 현재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에 배당됐고, 그를 변호할 국선 변호사가 의견서를 내면 절차에 따라 내년 1~2월 중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일주일 새 제주 바다에 침몰한 대성호·창진호…16명 사망·실종
11월19일 오전 7시5분쯤 제주도 차귀도 서쪽 76㎞ 바다를 지나던 통영선적 대성호(29톤)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대성호에는 선장 정모씨(56) 등 한국인 6명과 베트남 선원 6명 등 총 12명이 승선했었다. 당일 사고 현장 인근 바다에서 한국인 김모씨(58)가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실종된 한국인 선원 1명은 출항 당일 생일이었다. 해당 선원의 부인은 “출항할 때 미역국도 끓여주지 못했다. 돌아오면 생일상을 차려주려 했는데…”라며 눈물만 흘렸다. 또 베트남 선원 대부분은 한동네 출신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 했다.
사고 발생 19일이 지나 베트남 선원 2명이 바다 밑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이들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어선에서 난 화재가 지목됐다. 나머지 9명의 선원들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종상태다.
골든타임을 지나 선원 모두 숨진 것으로 예상되는 대성호 화재 전복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또 다른 어선이 제주 바다에 수장됐다. 11월25일 오전 6시16분쯤 제주도 남서쪽 63㎞ 바다에서 통영선적 707창진호(24톤)가 전복된 것이다. 14명이 타고 있던 창진호 승선원 중에 10명은 구조됐지만 선장 황모씨(61) 등 3명은 끝내 숨을 거뒀고, 최모씨(66)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해경 조사결과, 사고 당시 해역에는 초속 19m의 강한 바람과 4.5m의 높은 파도가 일었다. 바다에 휩쓸린 선원들 일부는 부표와 구명환을 잡고 거대한 파도가 치는 해상에서 떠다녔다. 뒤늦게 작동된 구명보트에도 소수의 인원만이 탔다. 이들은 바다에서 2시간가량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두려움과 추위에 떨었다.
대성호·창진호 실종 선원에 대한 집중수색은 지난 17일 종료되고 경비 병행 수색으로 전환됐다. 21일에는 통영의 한 장례식장에서 합동영결식이 거행됐다. 22일에는 통영시 산양읍 통영시어업인위령탑에서 ‘대성호·707창진호 실종선원 추모비 제막식’이 있었다.
◇‘진해 어린이 뺑소니’…카자흐스탄인 도주성 출국에 ‘국민 공분’
지난 9월16일 오후 3시30분쯤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한 도로를 건너던 어린이가 ‘쿵’소리와 함께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도로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가해 차량 운전자 역시 도로에 차량을 세우고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피해 아동 장모군(9)은 의식이 없었다. 소란을 틈 타 가해차량 운전자는 어느새 사라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목격자들로부터 “백인 계열이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CCTV 분석 등을 통해 뺑소니 차량 추적에 나섰지만 대포차량으로 확인되면서다. 당시 경찰은 불법체류자가 사고를 내고 달아났다고만 추측할 뿐이었다.
주변을 샅샅이 수색하던 경찰이 사고발생 약 3시간이 지나 현장에서 2.1㎞ 떨어진 부산 강서구 녹산대교 밑에서 버려진 뺑소니 차량을 발견했다. 차량을 토대로 탐문수사를 거쳐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난 18일 오후에야 피의자를 특정했다. 사고 당일 마트에서 체크카드를 사용한 것도 파악했다.
카자흐스탄 국적의 A씨(20)였다. 지난해 7월30일 단기비자로 입국한 불법체류자였다. 하지만 경찰은 A씨를 붙잡을 처지가 못됐다. 이미 해외로 도피한 뒤였기 때문이다. A씨는 사고 다음날 오전 10시25분쯤 인천공항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으로 달아났다. 사고 후 해외 도피까지 걸린 시간은 약 18시간이었다.
장군의 아버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범인을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올리면서 수만 건의 공감을 받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 이를 보고 받은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은 해외로 도피한 A씨에 대해 신속한 송환을 지시하는 등 즉각적인 조치에 나섰다. “범인의 신속한 국내송환을 위해 카자흐스탄과의 범죄인인도 조약에 따른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필요한 외교적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A씨는 카자흐스탄으로 도피한지 약 한달만인 지난 10월14일 자진 입국했다. 그는 불법체류자였고 운전면허도 없는 무면허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적인 공분이 일자 A씨의 어머니도 한국을 찾아 “한국에서는 합의가 돈으로 이뤄지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피해 아이를 위한 일이라면 제 내장이라도 꺼내 사죄하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행히 장군은 의식을 찾고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5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고, 1심 재판부의 선고만 남은 상황이다. 선고는 내년 1월10일 예정돼 있다. 카자흐스탄에서도 이번 재판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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