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지훈 롯데 응원단장 "신문지 응원 부활시키고 싶어"
2006년 롯데와 첫 인연, 올해로 10년째
선수 응원가, 봉지 응원 등 부산 명물로 만들어
- 박기범 기자
(부산ㆍ경남=뉴스1) 박기범 기자 =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낯선 도시, 낯선 환경. 낯섦으로 가득했던 첫 만남이 10년이 지나면서 ‘제2의 고향’으로 다가왔다. 질타로 시작됐던 첫 만남은 어느덧 많은 이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되돌아왔다.
수원 출신으로 지난 10년간 부산에서 롯데자이언츠 응원단장으로 시민들과 호흡을 함께했던 조지훈(36)단장을 만났다.
다음은 조 단장과의 일문일답.
- 10주년을 축하한다.
▶10주년을 기념해주셔서 감사하다.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이같이 오랜 기간 자이언츠 응원단장으로 일 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팬들의 사랑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프로야구 응원단장을 하게 된 동기는?
▶사실 내성적인 사람이다.(웃음) 사람들 앞에 나서서 무언가를 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응원단장과의 만남은 수원대학교 다닐 때였는데, 학교 응원부에서 선배들의 배려로 응원단에 가입하면서 인연이 시작돼 군 입대 전 한화(2001)와 기아(2002-2003)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열심히 응원을 했드니 많은 팬들이 저를 응원해주셨다. 지금도 기아, 한화 팬 중 저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보람을 가진다.
- 롯데 자이언츠와의 인연은?
▶롯데자이언츠와 인연은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다른 응원단장들이 롯데에 가지 말라고 했다. 롯데팬들은 모두 야구박사에다 거친 언행을 하기로 유명하다는 소문이 자자했기에 때문이다. 부산 오기 전 영화 ‘친구’를 보면서 사투리를 연습할 정도였다. 잘 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시작부터 아찔했다. 꼴찌만 하다 그 전 시즌 5위를 기록하며 팬들의 기대가 컸는데, 원정 개막전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팬들의 기대와 절망이 조금 뒤섞인 분위기라고 할까. 거기다 경기도 롯데가 초반부터 밀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일찍부터 야구장에서 소주를 드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응원을 하면서 6곳에서 싸우는 것을 목격했다.
- 시련과 힘든 추억들을 기억한다면?
▶‘멘붕’에 팬들이 제 응원을 따라오지 않을 때다. 사실 제가 타이밍을 잘못 잡은 면이 많다. 팬들은 제 응원을 지적하고 때론 거친 말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서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내가 뭘 잘 못했나’ ‘여기서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하며 집에서 울었던 적도 많다.
- 팬들의 분위기를 어떤 타임에 사로잡는지?
▶부산시민들은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구나’라고 느꼈다. 투수교체, 대타투입, 수비 위치 등 자신만의 야구 지식을 동원해 분석하는 분들이 롯데팬이다. ‘내가 리드하는 게 아닌 팬들이 원하는 응원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팬들이 원하는 응원, 특히 가장 중요한 ‘부산갈매기’ 타이밍을 잡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 롯데야구 하면 노래 응원가가 먼저 생각 나는데?
▶‘부산팬들은 노래를 정말 좋아하고 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2만~3만명이 동시에 같은 노래를 부르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선수들 이미지, 스타일, 특징을 보면서 응원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 나온 게 강민호, 조성환, 박기혁, 정수근 응원가가 처음 불려지면서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선수들 버릇 나빠진다’ ‘부산 사람은 이런 응원 하지 않는다’는 등. 그때도 혼자서 눈물깨나 흘렸다. 하지만 롯데 팬클럽을 직접 만나 ‘우리를 하나로 단합할 수 있고’, ‘타 구단보다 앞선 응원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하며 응원가를 계속 불렀다.
- 응원가에 대한 선수들의 반응은?
▶선수들은 모두 좋다고 한다. 응원가를 다 듣기 위해 일부러 타석에서 시간을 끌 때도 있다고 한다. 특히 강민호 선수는 ‘응원가’ 덕분에 롯데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FA계약도 잘됐다며 맛있는 저녁을 사주기도 했다. 이대호 선수는 웃으며 ‘나 보다 다른 응원가가 더 좋다’고 말하곤 했다. 만약 이대호 선수가 롯데로 복귀하면 더 좋은 응원가를 만들어 줄 생각이다.
- 응원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
▶로이스터 감독이 팀을 이끌 때 관중 수, 응원문화, 롯데의 성적 모두 절정을 향했다. 하루하루 기쁘고 즐겁게 응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가을야구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그럴 때 팬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팬을 이끌고, 때론 위로해야 하는 게 응원단장의 역할인데, 그렇지 못해 죄송했다.
- 10주년을 맞아 롯데자이언츠 응원단장 목표가 있다면?
▶롯데는 ‘부산갈매기’ ‘돌아와요 부산항’ ‘봉다리(주황색 비닐봉지) 응원’ 등 고유한 응원문화를 갖고 있는 곳이다. 이 같은 롯데 자이언츠만의 응원을 더욱 발전시키고 싶다. 특히 어느 순간 사라진 신문지 응원을 다시 한 번 부활시키고 싶다. 신문지를 흔들던 장관이 잊히지 않는다.
- 마지막으로 롯데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향(수원)을 떠나 부산에서 20대와 30대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제 인생의 새로운 장막이 부산에서 시작됐다. 이 모든 것이 팬들 덕분이다. 야구장 안팎에서 언제나 열성을 다한 응원, 그리고 응원단을 향해 지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함을 느끼며 더욱 연구하고, 생각하고, 노력해 부산 롯데팬들과 함께 하는 응원단장이 되겠다면서 텅빈 야구장을 바라보았다.
pkb@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