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소송 악용 2만6천명에 소멸시효 지난 채권 지급명령 신청
불법 추심업자 31명 검거…303억원 신청해 16억원 챙겨
- 조아현 기자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 대법원 전자소송시스템 절차를 악용해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대량 매입한 뒤 300억원 상당의 지급명령을 신청한 불법채권 추심업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2일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헐 값에 구매한 뒤 원금을 부풀려 대금을 값지 못한 서민들을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모(35)씨 등 9명을 구속하고 법무사 서모(43)씨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2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건강식품, 도서, 생활용품 등을 구매한 후 대금을 갚지못하는 등 2만6851명의 채무자들을 상대로 헐값에 사들인 채권을 부풀려 대법원 전자소송시스템으로 303억 6000만원 상당의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16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들은 법무사를 매수해 합법인 것처럼 꾸며 채무자들에게 협박을 가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법무사에게 매월 자문료 명목으로 130만원을 지불하고 명의를 빌려 소송을 진행하고 브로커나 인터넷을 통해 대부분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원금의 2~6%를 주고 대량 매입해 소송자료로 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물품을 구매한 지 10~20년이 지난 채무자들을 위주로 범행 대상을 선정해 남은 금액을 정확히 기억 못한다는 사실과 채무자가 소송 관련 서류를 받은 후 2주 안에 이의 신청을 하지않으면 자신들이 임의대로 부풀린 금액이 지급명령으로 확정된다는 점을 악용했다고 설명했다.
최씨 등은 신용정보회사를 물색한 뒤 정상 채권을 추심하는 것처럼 계약을 체결하고 4만명에 달하는 채무자들의 신용조회를 실시해 비교적 신용상태가 양호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또 채권추심과정에서 이미 사망한 채무자에 대해서도 무차별적으로 전자 소송을 제기하고 채무자의 이의 신청으로 각하된 사안은 업체명의를 바꿔 또다시 지급 명령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급 명령이 확정된 후에는 집행관을 사칭해 직장과 유체동산, 주거지 등을 압류하겠다며 불안감을 조성해 채권확보를 시도했다.
경찰은 이들이 채무자가 거래하는 금융기관에으로부터 신속히 채권을 압류하기 위해 채무자의 개인정보로 채무자가 직접 금융기관에 전화하는 것처럼 가장해 거래 은행을 알아내고 해당 은행을 제3 채무자로 특정해 채원 압류 및 추심 명령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위장하기 위해 통신 업자를 매수해 은행에서 다시 전화를 걸어 채무자의 본인여부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11대 인터넷 전화를 설치, 보이스 피싱 수법을 흉내내 3만 9000여회에 걸쳐 발신번호까지 조작했다.
15명의 직원까지 고용한 이들은 업무 매뉴얼에 채무자를 압박하는 방법과 채무자를 다루는 기술, 집행관 사칭방법 등을 세세하게 적어놓고 직원 1명당 월 900만원의 돈을 추징하도록 독려하고 인센티브 조건도 내걸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직원들은 역할을 분담해 채무자 가족들을 상대로 대위변제를 독촉하면서 협박해 8만원의 잔존 채권을 이용해 실제 100만원을 뜯어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불법채권추심업체 피해 추가 사례가 상당할 것으로 판단하고 불법 혐의가 확인된 20여개 업체 대표자를 소환, 관련 금융채권이나 대부채권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choah4586@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