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하고 맛집 투어까지…'K-야구 직관족' 지방도시 흔든다
숙박·맛집·체험으로 번지는 야구 직관 여행
일본·미국선 이미 구장이 관광지…호텔·지자체도 합류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주말이면 야구장 주변이 여행지로 변한다.
티켓을 끊고 숙소를 예약하고, 경기 전엔 현지 맛집과 굿즈숍을 도는 '야구여행족'이 늘고 있다. 경기만 보고 돌아오던 예전과 달리 이제 응원은 여행의 이유가 됐다.
야놀자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3년 만에 연간 1200만 관중을 돌파한 KBO리그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지역 관광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원정 응원을 떠나는 팬들의 소비 패턴은 국내여행객과 다르지 않다.
야놀자리서치가 수도권 거주자 중 최근 2년간 '지방 구장'을 찾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기 전에는 맛집·카페(60%), 굿즈 구매(38.4%), 지역 명소 방문(36%)이 주를 이뤘다.
경기 후에는 외식(46.2%)과 주점 이용(40.6%)이 두드러졌으며 부산·창원 원정 숙박률은 86.8%, 대구·광주는 각각 70% 이상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 기아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등 비수도권 구장은 전년 대비 30~70% 관중 증가율을 기록했다.
BC카드 분석에서도 지방 구단 홈 관람객은 18% 증가, 원정 관람객은 43% 급증했으며 이들의 1인당 소비 단가는 홈 팬보다 높게 나타났다.
원정 팬들은 경기 관람 외에도 숙박·체험을 결합한 DIY(자기설계형) 여행을 즐겼다. 부산·창원은 숙박과 미식을 중심으로 한 '체류형', 대구는 야간경제와 결합된 '심야형', 광주는 전통시장·먹거리 중심의 '단기 소비형'으로 구분된다.
이른바 '1박 2일 야구여행'이 주말의 일상 코스로 자리 잡은 셈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야구장이 365일 열려 있는 관광지로 진화했다.
일본 홋카이도의 닛폰햄 파이터즈는 2023년 새 구장 '에스콘필드 홋카이도'(ES CON FIELD)와 복합관광단지 'F.VILLAGE'를 개장한 이후 1년간 346만 명이 방문했다.
이 중 42%가 비(非)야구 목적 방문객이었으며 부대사업 매출은 당초 예상치(26억 엔, 약 242억 원)를 크게 웃도는 36억 엔(약 335억 원)을 기록했다.
호텔·온천·박물관·레지던스를 구장 안에 통합한 이 모델은 '야구+숙박+체험'이 결합된 완성형 관광 비즈니스로 평가된다.
미국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홈구장 '트루이스트 파크'(Truist Park)도 마찬가지다.
주변 복합상권 '더 배터리 애틀랜타'(The Battery Atlanta)는 2023년 한 해 방문객 1030만 명 중 상당수가 외지인이었고 2024년에도 900만 명이 다녀갔다.
구장 인근의 호텔·레스토랑·루프톱 바는 경기일이 아니어도 운영되며 지역 경제의 지속적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구단과 지자체의 협력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롯데자이언츠는 부산관광공사와 손잡고 '야구버스투어'를 기획했고 SSG랜더스는 인천e음카드와 연계해 관람객에게 지역 상권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숙박업계도 발 빠르게 뛰어들고 있다.
신라스테이 부산은 롯데자이언츠 홈경기 시즌에 맞춰 숙박과 응원 굿즈를 결합한 '직관 패키지'를 내놨다. 경기 일정에 맞춘 체크인·체크아웃 조정 서비스를 도입해
'야구 보러 부산 가는 날'을 하나의 여행 상품처럼 구성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수원은 KT위즈파크 인근 입지를 살려 '위즈 직관 패키지'를 상시 운영 중이다. 객실에 구단 색상 소품을 비치하고 티켓 인증 시 식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야구 팬 맞춤 숙박'을 선보인다.
호텔인터불고 대구, 라마다플라자 광주, 풀만앰배서더 창원 등 비수도권 연고지 호텔들도 응원객 할인과 지역 맛집 쿠폰 제공 등 '직관 여행' 마케팅에 속속 나서고 있다.
윤효원 야놀자리서치 연구원은 "프로야구가 1000만 관중 시대를 넘은 지금이 지역 관광의 새 전환점"이라며 "구단은 팬 경험을 확장하는 주체로, 지자체는 지역 자원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협력할 때 야구가 도시 브랜드와 관광을 살리는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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