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식 추기경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14일 로마서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 미사' 강론…이재명 대통령 참석

유흥식 추기경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다. 2026.6.14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유흥식 성직자부 장관 추기경이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 미사'를 14일 오전 9시45분 로마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봉헌했다. 유흥식 추기경은 이날 미사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 정부 부처 관계자, 각국 외교관 등을 향해 평화를 기원하며 강론을 시작했다.

연중 제11주일에 봉헌하는 이번 미사는 한 해의 중간을 지나며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다시 살피는 자리다. 유 추기경은 강론에서 전쟁과 분단, 무관심을 넘어 연민과 대화, 화해로 평화를 세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중심에 놓았다.

그는 미사 장소인 성 바오로 대성전을 바오로 사도의 무덤이 있는 로마 7대 대성당 가운데 하나로 짚었다. 한국 가톨릭교회 역시 순교자들의 증언 위에 세워졌지만, 그 씨앗은 이방인들을 향해 복음을 전한 바오로 사도의 열정과 사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강론은 탈출기와 로마서, 마태오 복음을 묶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의미를 풀었다. 하느님 백성은 기적의 체험만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뜻에 따라 살아갈 때 비로소 그분 백성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유흥식 추기경이 14일 이탈리아 로마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2026.6.14 ⓒ 뉴스1 허경 기자

유흥식 추기경은 예수가 열두 사도를 부른 장면을 꺼내며 '가엾은 마음'을 핵심 덕목으로 제시했다. 그리스어 '스플랑크니조마이'를 두고 형식적 동정이 아니라 남의 고통에 내장이 뒤틀릴 만큼 깊이 공감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날 세계에 필요한 덕목으로 형제들에 대한 연민을 꼽으며, 무관심과 이기주의, 폭력과 무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삶의 터전을 잃고 기가 꺾인 이들을 향해 연민의 마음을 가져야 하며, 생명이 가장 소중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2014년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로한 일도 다시 불러냈다. 유흥식 추기경은 당시 교황이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라고 말한 대목을 소개하며, 상처 입은 사람 곁에 함께 있는 일이 교회가 지녀야 할 연민의 방식이라고 짚었다.

그는 2025년 5월 8일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의 첫인사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도 언급했다. 이 말은 갈라진 세계를 향한 교회의 사명 선포이자 전쟁의 비극을 멈추고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세우라는 호소라고 설명했다.

유흥식 추기경은 "한반도가 여전히 분단의 상처를 안고 있는 현실을 거론하며 대결보다 대화, 증오보다 화해, 두려움보다 신뢰가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모든 인간 생명의 존엄을 지키고 화합과 화해를 지향하는 세상의 표징이 돼야 한다며 연민과 소통, 사랑의 길로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유흥식 추기경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다. 2026.6.14 ⓒ 뉴스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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