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갈라선 도반…'이판' 명진스님과 '사판' 자승스님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지금의 대한불교조계종은 자승 불교 졸개종."
명진이 조계종 전(前) 총무원장 자승을 지목했다. 그는 지난 9일 장충동 문화살롱기룬에서 기자들을 만나 승적박탈 무효 소송을 진행한다고 알렸다. 아울러 조계종의 모든 부정부패의 근원이 자승이라고 주장했다.
자승이 조계종 총무원장 재임 시절인 2017년 명진은 조계종 승적을 박탈당했다. 징계 사유는 △상스러운 말 △근거 없는 소문 남발과 양성 △봉은사 주지 직무유기 △종무집행 방해 등으로 승풍을 실추했다는 것.
징계로 갈라서기 전까지 명진과 자승은 함께 출가했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끈끈하고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이들은 1982년 봉암사 선방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1994년 종단개혁을 거치며 도반(함께 불도(佛道)를 수행하는 벗) 이상으로 가까워졌다. 불교계 한 인사는 자승이 대표적 '사판'(행정승)이라면 명진은 '이판'(수도승)이라고 설명했다.
명진의 법률 대리인은 봉은사 주지 시절의 명진의 직무유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앞서 대법원은 '한전 부지 개발권넘기면 500억 주겠다'고 보도한 불교신문에 2019년 정정보도명령을 내렸다.
근거 없이 남발했다는 명진의 '상스러운'(?) 말들은 자승을 겨냥했다. 명진은 당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템플스테이 비용이나 문화재 관리비용이 총무원장의 통치자금처럼 변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법률 대리인은 공익적 차원의 비판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로 종교의 영역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승적 박탈은 50년 넘게 수행생활을 한 승려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명진은 해당 징계로 자승에 대항해 총무원장에 출마하려던 계획도 원천차단 당했다. 그는 승적박탈을 일종의 훈장으로 삼아 은거했다.
징계 무효 소송을 6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제시한 이유를 묻자 명진은 "자승 총무원장 퇴임 후 자정과 화합을 기대했지만 최근 해인사 주지 현응의 성추문 이후 세력 다툼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종단 자체의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조계종 부정부패의 근원이 자승이라는 명진의 주장은 얼마나 유효하고 사실일까. 일단 자승에 대한 비판은 아직 불교계 소수에 머무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안팎에서는 자승이 아니었다면 1994년 개혁종단 설립 이후 분열된 불교계를 하나로 묶어낼 수 없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뒤따른다.
자승은 현재 명진이 쫓겨난 봉은사의 회주이자 사단법인 상월결사 이사장이다. 그도 지난 9일 조계사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상월결사 도보순례' 고불식에 참석한 그는 43일간 불교성지 1167㎞를 걸어가기 위해 인도로 떠났다. 3월23일 귀국하는 자승과 소송을 건 명진이 맞부딪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art@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