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상스승 아잔 브람 "세월호, 분노 넘어 용서"

500명 참여하는 '제2차 세계명상 힐링캠프' 수행위해 방한
"정부, 국민에 용서 구하고 실수에서 배워 앞으로 나가야"
"분노가 고통 줄이지 않는다. 자비는 현대사회 유일한 희망"

아잔 브람 스님(왼쪽)이 2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명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오른쪽은 각산 스님.(조계종 제공)© News1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명상'이 세월호로 인한 분노와 고통을 치유해 줄 수 있을까. 아직 실종자가 남아 있는데 분노를 넘어 '용서'를 해야 할까.

템플스테이 명상 집중수행을 위해 방한한 영국 태생의 세계적 명상스승 아잔 브람(63) 스님이 세월호로 인한 분노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명상'과 '용서'를 제안했다.

아잔 브람은 아잔브람명상센터 참불선원(선원장 각산스님)이 22일부터 25일까지 3박4일간 500명이 참여한 가운데 동국대 만해마을(강원도 인제)에서 여는 '제2차 세계명상 힐링캠프'에서 명상 집중수행을 지도하기 위해 방한했다.

지난해 1차 캠프에 이은 두번째 방한으로 500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명상은 불교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아잔 브람은 수행에 앞서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자승)이 2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가진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로 인한 분노와 고통에서 벗어나는 데 '명상' 수행이 줄 수 있는 치유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마이크를 손에 들고는 "슬픔과 고통은 이 마이크의 무게처럼 오래 들고 있을수록 점점 크게 느껴진다"며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학생들이 부모에게 말할 수 있다면 자신을 사랑했던 이들이 기억해 주고 슬퍼해주길 바라겠지만 너무 오래 슬퍼하지는 말고 행복하게 성공속에서 잘 살아 달라고 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6세에 운명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많이 사랑했지만 슬픔을 느끼지 않았다. 아버지의 인생이 아름다운 음악으로 차 있는 콘서트 같다고 느꼈다. 콘서트 갈 때 끝나면 너무나 깊은 감동 줬던 음악을 다시는 듣지 못하겠구나 하는 걸 알면서 공연장을 나오지만 울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비록 콘서트는 끝났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에 같이 할 수 있었던 내가 얼마나 운이 좋았나 생각한다.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슬퍼하기보다 인생에 있어 주셔서 감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원하는 것이 고통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불교의 두 번째 가르침이다"며 "석가는 원하는 마음을 놓게 되면 이것이 바로 해탈의 원인이 된다고 가르쳤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어떤 것도 원할만 한 것이 없으니 다 내려놓으라고 명상을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성공을 바라는 것도, 명상이 성공적으로 되는 것을 바라는 것도, 깨달음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도록 하기 위해 명상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마음이 자연스럽게 점점 평화로와지고 명상을 하게 되고 행복해진다. 뭔가 서로 원하게 되면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것조차 즐길 수 없게 된다." 그의 명상론이다.

의학적, 심리학적으로 입증된 명상의 치유 효과도 소개됐다. 아잔 브람은 "영국 보건부에서 우울증을 위한 최고의 치유법을 연구하며 약물, 상담, 명상 등 세가지를 비교했는데 임상 실험 결과 명상이 화학적으로 큰 효과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영국 보건부에서는 심각하지 않은 우울증에 대해 명상 치유법을 공식적으로 권고한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아직 이른감이 있는 '용서'와 '화해'가 언급됐다.

그는 "실수를 했다고 벌을 주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한국의 문화라는 것이 벌받을까 무서워 복종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벌에 대한 공포야말로 진실을 지하로 내려 보내게 되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아잔 브람 스님이 2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크를 들어 비유하고 있다.(조계종 제공)© News1

그러면서 세월호 희생자 위령제와 함께 용서 의식의 필요성도 제안했다.

"정부는 완벽하지 않다. 사람이기에 실패와 실수를 한다. 내가 그 자리 있었다면 좀 더 잘할 수 있었는지 어떨 때는 스스로에게 질문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은 모두에게 비극이다. 남을 탓하게 되면 나에게는 좀더 쉬어지겠지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급진적인 아이디어일지 모르겠지만 희생자 위령제를 하면서 용서의 의식을 갖는게 어떨까 한다."

그는 "누군가 탓하고 분노하는 것은 우리의 고통을 줄이지 않는다. 오히려 악화시킨다"며 "불자로서 용서를 베푸는 것은 정부의 일은 아니다. 정부의 일은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에서 배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벽돌벽을 만드는 데 있어 두 개의 벽돌이 잘못 끼워져 있다고 벽 자체를 깨부술 수는 없다. 두 개의 벽돌을 둘러싼 아름다운 벽돌은 보지 않고 왜 두 개의 비뚤어진 벽돌만 늘 보는 것이냐"면서 "분노 때문에 정부와 세월호 선장을 파멸시키고자 하지만 실수만 보지 말고 벽 전체를 봐야 한다. 다른 길이 있다"고 했다.

아잔 브람은 "분노는 번뇌이다. 용서는 바로 불교의 자비이다. 어쩌면 불교의 자비가 현대 세상에 우리가 갖고 있는 유일한 희망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고 맺었다.

그는 제2차 세계명상 힐링캠프가 진행되는 기간 중 조계사, 화계사 강연과 28일 동국대 108돌 기념강연도 함께 연다.

간담회에는 아잔브람명상센터 참불선원장 각산스님, 불국사 석굴암 주지 제정스님, 자비명상대표 마가스님, 정창근 동국대 부총장 등이 참석했다.

<아잔 브람 스님은> 캠브리지대 물리학도 출신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태국의 고승 아잔 차의 수제자다. 호주에 최초로 사찰을 세운 호주 불교 개척자이자 세계적인 명상거장으로 동양의 도를 서양으로 옮겨 간 파란 눈의 불교성자로 불린다.

호주 퍼스의 숲속에 위치한 100만평에 달하는 명상센터 보디냐나를 중심으로 그의 명상수행법은 호주를 넘어 전 세계로 전파됐다. 인터넷을 통한 그의 법문 동영상은 매년 세계 수백만 명이 접속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는 성직자이지만 항상 위트 넘치는 법문으로 웃음을 선사해 준다. 어려운 용어가 아닌 일상적인 생활언어로 법문을 하는 이야기꾼이다. 명상 에세이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성난 물소 놓아주기', '슬프고 웃긴 사진관', '멈춤의 여행' 등의 저서가 국내에 소개돼 인기를 끌었다.

senajy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