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천주교 수원교구 정평위 세월호 참사 성명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성명서>
“그분은 그들의 눈에서 눈물을 다 씻어 주실 것이다. 더 이상 죽음이 없고, 다시는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을 것이다. 이전 것들은 다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요한묵시록 21:4)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벌써 13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476명에 이르는 무고한 사람들이 바다 속 한가운데, 맹골 수도 거친 조류의 두려움 속에서 생사를 가르는 처참한 상황은 우리를 통곡하고 또 통곡하게 합니다.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운 봄도 이제 우리에겐 슬픔입니다. 푸른 하늘도, 만 가지 꽃들도 우리에겐 아픔입니다. 희생자와 실종자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떠났던 어린 학생들이라는 사실이 더욱 가슴 아파 피지도 못한 꽃을 보며 한없이 눈물짓습니다.
우리는 희생자와 실종자들, 다행히 구조됐지만 아직도 끔찍한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을 생존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간절한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아직 생사를 모르는 114명의 실종된 이들이 하루 빨리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그리고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서는 주님의 자비하심을 빌고 영원한 안식을 누리도록 기도하며 이러한 염원의 일환으로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1. 세월호 참사는 기업의 탐욕과 정부의 무능, 우리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거대한 폭력이었습니다. 물질만능주의와 경제 지상주의로 점철된 맘몬 숭배의 결과였습니다. 안전은 뒷전으로 하고 성장일변도로만 달려온 현대 문명의 비극이었습니다.
세월호는 침몰 사고 전에도 잦은 고장으로 안전성에 커다란 문제가 있었으나 선사인 청해진 해운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선원들에 대한 안전교육에도 소홀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선급은 세월호에 대해 안전적합 판정을 내렸습니다. 선박이 좌초할 경우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 보호의 의무를 가지고 있으나 사고가 발생한 후 선장과 선원들은 자신들만 아는 루트를 통해 탈출을 시도해, 승객보다 먼저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탈출의 과정에서 승객들에겐 제자리를 지키라는 방송을 거듭했습니다. 만약, 사고 발생 직후 승객들에게 구명동의를 제공하는 등의 안전조치와 함께 신속한 탈출을 이끌었다면, 이처럼 큰 참사가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선박회사의 이윤을 위해 노후한 배의 운항을 연장하는 법이 통과됐고 객실 수를 늘리기 위한 증축이 허용됐으며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의 대부분은 1년 단위로 계약하는 비정규직이었습니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긴다고 선전하지만 실질적으로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용하는 데는 무능했습니다.
승객이 승선권의 개수로 환원되거나 화물이 물량으로 계산되는 곳에서 인간의 생명이 보일 리가 없고 권한과 책임을 가지지 못한 승무원들이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 어려우며 지독한 관료주의와 행정편의는 위기상황에 빠진 생명의 급박함을 보지 못합니다. 바로 이러한 이기적 욕망들이 세월호 침몰 사고를 야기했으며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에게 시한부 생명을 선고하는 것입니다.
1. 정부는 이번 세월호 참사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이와 같은 일들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정부는 국민의 인권과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실현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고 난 세월호가 침몰하기 전 두 시간여 동안 국가의 재난구조 시스템은 전혀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생사를 가를 결정적인 상황 초기, 정부는 지휘 중심도 책임 핵심도 없었습니다. 정부의 한심한 위기관리 능력과 대책본부의 무능한 대처, 구조시스템의 총체적 난맥상으로 서로 미루고 허둥대다 눈앞에서 무고한 생명이 ‘죽어가는’ 실황을 허망하게 지켜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고 직후,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 관계자들은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구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상황 초기, 확보한 잠수 인력과 각종 구조 장비를 구조 활동에 제대로 투입하지 않았던 정황들이 드러났습니다. 이외에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여러 문제점들과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책임자들에게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재난 구조 대응시스템을 마련함으로서 다시는 이와 같은 대형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1. 우리는 다시 희망하고 용기를 내야 합니다. 그것이 부활의 삶입니다.
우리는 통곡과 절망의 바다에서 한줌 희망의 싹이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그것이 분명히 존재하는 한 실종자들에 대한 신속한 구조와 수색작업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어린 곰에게 필요한 것이 어미의 품이듯이, 상처받은 이에게 필요한 것은 보듬어 주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고통 받고 있는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 그리고 여전히 불안과 공포 속에 힘겨워하는 생존자들의 아픔을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가만히 품어 줄 때 병으로 곪아 터진 우리 사회를 치유의 길로 이끌어 갈 것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우리가 걸어온 길을 성찰해야합니다. 탐욕의 노예가 되어 이웃 생명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해 온 우리의 삶을 반성해야합니다. 우리는 모든 생명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새로운 길을 꿈꾸어야 합니다. 바로 그것에 부활이 있습니다.
2014년 4월 28일 천주교 수원교구 정의평화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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