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물권, 그게 뭐예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는 야생동물 생추어리(The Wild Animal Sanctuary).ⓒ News1

(서울=뉴스1) 김은숙 동물권단체 하이 공동대표 = 동물운동을 시작하고 이따금씩 내가 받는 질문 중 하나다. 동물권은 동물이라는 특정한 대상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이나 그 범위 (동물圈)를 일컫기도 하지만 이 질문의 대상은 동물의 권리를 의미하는 '동물權'이다. 나의 대답은 이 글의 마무리로 미루고 이러한 질문이 나오게 된 배경을 간략히 이야기한다.

1892년 동물권을 다룬 최초의 출판서 헨리 S. 솔트의 '동물의 권리'(Animals’ Rights) 가 세상에 나왔을 때 서구 사회는 농장 동물의 보호나 복지에 더 관심이 컸고 당시 파격적이라 할 수 있던 주제의 이 책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거의 80년이 지난 1970 년대에 들어서야 피터 싱어, 톰 리건, 리처드 라이더 등의 동물해방이나 권리의 주창이 철학자간 뜨거운 논의를 일으켰다. 이들의 철학적 배경은 차이가 있지만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통 받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본질적인 의미는 현재까지 동물권 논의의 기조를 이루고 있다.

동물권이란 개념이 처음 등장한 서구 사회에서도 마음만 앞선 동물권 운동보다는 시민과 같이, 시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성찰이 있다. 아무리 명분이 중요하고 도덕적 가치가 훌륭해도 시민이 주체가 되지 않는 동물권 운동은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사회에 본격적인 동물단체들이 설립되고 활발한 운동이 전개된 지 20년이 지났다. 캠페인의 주제와 방식이 다양하게 발전되고 시민들의 의식도 변화함에 따라 보다 진보적인 활동과 목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반향이 최근 동물권 확립을 모토로 내세운 단체들의 등장과 그들의 활발한 활동이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도 동물권의 개념을 어떻게 규정지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부천시 플레이아쿠아리움에 전시된 사자.ⓒ News1

◇'동물복지 vs 동물권'에 대한 논의

동물복지, 동물권, 동물권 단체 등 이런 용어들의 자연스러운 언급은 시민들의 긍정적 때론 비합리적 반응을 야기한다. 더불어 동물복지 대 동물권에 대한 논의도 더욱 활발해졌다.

미국의 대표적인 동물권 단체 '비인간권리프로젝트'(Nonhuman Rights Project)는 동물복지와 동물권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동물복지는 인간의 이익을 최우선하면서 동물을 다루는 방식에 제약을 두는 반면, 동물권은 동물이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들 고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갖는 권리로서 활동가들은 그 권리를 보호하는데 중점을 둔다.

두 개념은 규정상 구분이 가능하지만 실제 동물운동을 하면서 명백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다수다. 실제 동물복지라는 모토를 내세운 단체라도 농장동물 등 특정 범주의 동물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면 복지와 권리를 구분해서 활동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단체 스스로의 정체성 부각과 같은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동물 복지 단체인가, 동물권 단체인가의 논의는 무의미하다. 결국 각 개체나 종 그리고 그들이 살아갈 환경이나 생태적 현실을 감안할 때 최선을 지향하자는 것이 동물권 운동인 것이다.

그럼 동물권 운동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동물들의 고통을 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물론 법은 입법자들의 역할이지만 이들의 입법 동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시민들의 역할이다.

동물운동은 동물에 대한 사랑과 감성을 가진 사람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싱어가 지적했듯이 흑인 노예해방 운동을 이끈 대부분의 백인은 흑인을 사랑해서 나선 것이 아니었다. 특정 인간들이 겪는 불평등하고 불필요한 고통은 부당하며 인간으로서 가만히 지켜봐서는 안되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기 위해 결집한 것이다. 동물운동은 더 이상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만의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이익을 위해 고통을 겪고 있는 생명들에 대한 이성적 고려와 배려에도 기인해야 한다.

◇시민이 동물의 고통을 없애기에 동참하는 방법

모두가 직접 현장을 뛰어다니며 동물권을 외칠 필요는 없고 현실적으로 그럴 수도 없다. 내가 소박하게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반려견 산책시키기, 반려묘와 놀아주기, 육식 줄이기, 동물실험 하지 않는 화장품 쓰기, 동물의 신체를 이용한 제품 사지 않기, 동물원이나 수족관, 동물체험 하는 곳에 가지 않기, 야생동물 출몰지역에서 운전 조심하기 등 일상에서의 노력들이 동물권이 당연한 사회를 정착 시키는데 동력이 될 것이다.

동물 활동가와 동물단체들은 시민들이 만들어준 이 동력을 무기로 관계 기업·기관들과 입법기관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서 인간과 동물이 행복한 공존을 이루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는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성의를 다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성의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내 주변에서 우리 사회에서 사람과 동물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관심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글의 시작인 질문 "동물권, 그게 뭐예요?"에 대해 나는 "우리가 인간답게 살면 동물들이 갖게 되는 권리"라고 대답하겠다.

폭염속 충남 홍성군 남당항 꽃게 축제 현장에서 손님들을 기다리는 꽃마차.ⓒ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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