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아·태지역 펫푸드 생산허브' 꿈꾸는 로얄캐닌 김제공장 가보니

원료 오염 원천차단 첨단설비 갖춰…원료분쇄도 0.6㎜까지 낮춰

로얄캐닌 공장 내부에 50년 역사를 소개하는 글이 적혀있다.ⓒ News1 이기림 기자

(김제=뉴스1) 이기림 기자 = 지난 10일 서울 용산역에서 KTX와 버스를 타고 1시간30분여를 달려 도착한 전북 김제시 지평선산업단지. 드넓은 평야로 유명한 김제답게 평지가 끝없이 펼쳐진다. 잠실야구장 7배 크기에 달하는 부지를 차지하는 로얄캐닌(Royal Canin) 김제공장이 멀리서도 눈에 띄는 이유다.

로얄캐닌은 펫푸드 국내 점유율 1위이자 세계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프랑스의 펫푸드업체. 최근 국내 반려동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10만㎡(약 3만평) 부지에 700억원이 넘는 비용을 투자하는 건 쉽지 않았을 일. 게다가 김제공장은 세계에서 15번째, 아시아에서는 중국 다음으로 생긴 로얄캐닌 공장이다. '다소 무리한 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규모다.

이에 대해 실비아 버베리(Ms. Sylvia Burbery) 로얄캐닌 아시아·태평양 담당 회장은 김제공장에 대해 "아시아·태평양지역을 대표하는 사료 '생산 허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신 기술이 적용돼 아시아 각지에 반려동물을 위한 정밀 맞춤형 영양솔루션을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산 허브'로 김제시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시아 주요국 수출에 필수적인 물류 교통 인프라, 원료 및 우수 인력의 수급, 친환경적인 주변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말했다.

안내를 담당한 수의사와 함께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 사료 특유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사료 제조는 원료를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돼 계량, 분쇄 및 혼합, 압출, 건조·냉각, 포장, 출하 과정까지 이어진다. 김제공장에서는 이 모든 과정을 유리창을 통해 볼 수 있다.

특히 김제공장은 가장 최근 지어진 공장답게 최신식 설비도 도입됐다. 원료 오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원료 클리닝 타워'를 별도 건설하고, 생산 공정의 정확도를 거의 100%로 끌어올린 '원력 계량' 시설 등 혁신적인 설비들이 들어온 것.

이같은 투자로 인해 반려동물들이 이물질을 먹는다거나 특정성분을 과다섭취하는 일이 사라져 제대로 영양을 보충할 수 있다. 사료제조과정에서 햇빛도 원천 차단돼 소비자가 제품을 뜯기 전까지는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원료분쇄도 0.6㎜의 미세한 입자분말까지 만들 수 있어 동물들의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

로얄캐닌 김제공장 전경.ⓒ News1

제조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아로마(동물성단백질+지방) 코팅' 과정이었다. 반려동물들이 로얄캐닌 사료를 특별히 더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 공정 때문이다. 앞으로 소비자 대상 공장투어가 시작되면 꽤 관심을 끌 법 했다.

다만 공장 내부를 둘러보면서 '허전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떠올랐다. 공장은 큰데 설비가 다소 부족해 보였다. 이에 대해 로얄캐닌 관계자는 "지난 7월 시생산을 시작해 아직 1개 생산라인만 가동한다"며 "제품 전부 프랑스 본사에서 디자인된 제조법에 맞게 만들 뿐만 아니라, 출시를 위해서는 본사의 꼼꼼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추후 2022년까지 연간 12만톤을 생산하고 일본, 태국, 홍콩 등 아시아각지에 80%를 수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로얄캐닌은 '사람이 원하는 것보다 강아지, 고양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자'는 철학 아래 김제공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김제공장은 회사 설립 50주년을 맞아 생긴 곳이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실비아 회장은 "반려동물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고, 이를 위해 연령과 성장단계 등 각 반려동물에게 맞는 영양과 우수한 사료를 제공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lgir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