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원장의 펫토피아] 반려동물 보험이 활성화 되려면

(서울=뉴스1) 김재영 태능고양이전문동물병원장 = 얼마 전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려 패널로 참가했다.
이날 모 협회에서 나온 한 발표자는 “동물처럼 말을 못하는 아이들도 아파서 소아과에 가면 검사를 하지 않고 보호자의 문진만으로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 약을 처방한다. 그리고 반려동물들은 보호자와 서로 교감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함께 생활하면 행동만 봐도 동물이 어디가 아픈지 알 수 있다. 그런데 동물병원에 가면 온갖 검사를 해야만 병을 진단한다. 수의사들이 평소 공부를 하지 않아서 검사 없이는 진단을 못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를 위해서 다양한 쟁점을 논의하고 보험 회사에는 새로운 상품 개발과 시장 진입에 도움을 줘 이를 통해 동물 보호자들이 진료비를 절감할 수 있게 하자는 좋은 취지의 토론회였는데 일방적으로 수의사를 폄하하는 자리가 되어 조금 안타까웠다.
모든 아이들이 동네 소아과에서 치료가 되는데 왜 대학병원 소아과 병동에 그리 많은 입원 환자가 있는지, 또 소아과 진료를 받기 위해서 예약이 며칠씩이나 밀리는지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또 한 건의 진료를 위해 사람은 평균 1~2분이 필요하지만 동물의 경우 20~30분 이상 소요되고, 검사 시 필요인력 등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참고 말았다.
이번 글에서는 반려동물 진료비와 관련해 어떻게 하면 보호자와 수의사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적정선을 도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우선 동물의 건강은 뒷전이고 자신의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 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를 대변하거나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일반적으로 수의사들은 아픈 동물들을 진료하기 위한 검사를 진행할 때 왜 검사가 필요한지,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보호자에게 먼저 알리고 동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반응을 보게 된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사례1.
젊은 부부가 병원을 찾아왔다. 10년 된 고양이가 3일 전부터 밥을 잘 먹지 않고 당일 10번 정도 피를 토해 급하게 왔다고 했다. 나이나 증상이 심각해서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검사와 비용에 대한 설명을 했는데 보호자는 검사를 하지 말고 무조건 구토만 못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래도 혈액성 구토는 응급한 상태이니 엑스레이만이라도 촬영해보자고 했더니 보호자는 사람병원은 검사를 하지 않고도 처방하는데 과잉진료를 한다며 오히려 욕을 하고 그냥 돌아가 버렸다. 경험에 의하면 10년 된 고양이가 피를 토하면 위염, 폐렴, 만성신부전, 췌장염, 간염 등 중증인 경우가 많다.
#사례2.
1년 된 코리안쇼트헤어 고양이가 7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어 정확한 검진을 통해 원인을 알고 싶다며 지방에서 5시간 동안 차를 몰고 병원에 온 보호자가 있었다. 다니던 동물병원에서는 수의사 선생님이 아주 친절하고 고양이를 예뻐했다며 칭찬하면서도 약물치료만 했다면서 검사를 원했다. 검사비가 많이 나왔지만 검사결과에 따라 치료한 결과 7개월 동안 고생했던 병이 1주일 만에 치료 돼 보호자는 정말 기뻐했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아파서 병원에 갈 때 진료비를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국민건강보험이 평균적으로 진료비의 75%를 보전해주고, 나머지 본인부담금도 미리 가입해둔 실손보험 등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같은 진료항목에 대해 사람병원 진료비가 동물병원 진료비보다 비쌈에도 불구하고 동물병원비는 사실상 100%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본인부담율)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5배 비싸다고 착각하게 된다.
이 때문에 보호자도 불만이고 수의사도 억울한 상황이다.
먼저 이런 오해를 줄이고 보호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동물보호법 시행 및 동물등록제 의무화로 ‘반려동물질병보험’ 상품개발 여건이 마련되면서 현재 국내에서 반려동물 보험을 판매하는 회사는 3곳(삼성화재, 롯데손해보험, 현대해상)이 있다.그런데 동물보험 가입률을 보면 영국 20%, 미국 10% 일본 4%에 비해 한국은 0.1% 수준이다.
보험 가입이 미미한 원인으로 홍보가 덜된 것도 있겠지만 우선 각 개체에 대한 식별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기에 보호자들은 중성화수술 및 예방접종을 비롯해 나이가 들어서 오는 중증 질환 등 여러 질병에 대한 보장을 원하지만 현재 판매되는 보험 상품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또 보험회사들은 손해율이 200%에 달한다고 하소연을 한다.
필자도 24년을 함께 살고 있는 페르시안 고양이 ‘밍키’를 비롯해 3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는 애묘인 입장으로서는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책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보호자의 부담을 줄이고, 말 못하는 동물들은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삶을 누리길 원한다.
그렇다면 동물 보험 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아무래도 다음과 같은 선행조건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보험 상품의 다양화를 통해 소비자의 보험 가입 선택 폭을 넓혀야 한다.
둘째, 정확한 반려동물 현황 파악을 위해서 ‘인구주택총조사’시 함께 등록대상을 파악해야 한다.
셋째, 등록 대상 종을 확대하고, 생산 및 판매 단계에서부터 반려동물 등록 및 관리해야 한다.
넷째, 내장형 마이크로칩 방식으로 등록제를 일원화 해 정확한 개체식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무분별한 입양 및 생명존중 의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여섯째, 동물을 키우는 사람에 한해 ‘동물세’를 도입이 필요하다.
일곱째, 동물진료비 부가세 부과 철폐를 재 논의해야 한다.
여덟째, 약사법 개정을 통해 약품 유통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
아홉째, 동물병원의 각 진료항목 표준화 연구를 선행해야 한다.
동물의료가 공공성을 갖는 분야라는 사회적 합의와 그에 대한 지원이 동반될 때 의료수가제도를 통한 정부의 동물병원 진료비용 규제도 당위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woo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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