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례야 놀자!]강아지가 땅에 몸을 비비는 이유 아시나요

(서울=뉴스1) 점례친구 '은쌤' 이은주씨 = 안녕하세요. 점례친구 은쌤입니다. 저는 강아지를 키우며 가장 중요하게 신경 쓰는 일로 산책을 꼽는데요. 요즘같이 뜨거운 여름에는 이른 아침과 저녁시간 산책을 주로 즐기고 있답니다.

낮 시간엔 뜨거워진 바닥으로 인해 강아지가 더위를 먹을 수 있고, 발바닥을 다치거나 열사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더워도 산책을 거를 순 없죠.

오늘은 점례와 산책을 하며 겪었던 일화를 여러분들께 이야기하려고요. 산책을 하다보면 점례는 정말 좋아하지만, 저는 너무나도 싫은 행동 몇 가지가 있어요. 그 중 제일 싫었지만 점례를 이해하게 됐던 에피소드 하나를 얘기할게요. 점례의 그런 모습을 제 SNS에 올렸더니 많은 보호자들이 공감하며 점례 뿐만 아니라 다른 강아지들도 그렇다 이야기해 주시더라고요.

어떤 행동인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점례와 산책을 나갈 때는 목줄을 단단히 메고 배변봉투도 챙기고 출발합니다. 산책 시 늘 앞뒤, 양 옆을 주시하며 살피는 점례. 점례는 산책을 하며 늘 제가 오는지, 앞에 누가 오는지, 무슨 냄새가 나는지,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를 다 확인하면서 정말 바쁜 시간을 보내요.

산책을 자주하는 점례는 엄청난 겁쟁이입니다. 강아지 친구를 만나면 무서워 도망가기도 하고, 저를 방패삼아 길고양이랑 한판 싸움을 벌이기도 한답니다. 저번엔 그러다 고양이 앞발에 한방 맞기도 했어요. 울지 않은 게 어딘지…. 그래도 그 모습도 귀여워요.

참, 점례와 함께 요새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고양이가 있어요. 요즘 동네에 자꾸 출몰하는 길고양이죠. 사람 손을 거부하지 않는 걸 보니 아마도 집에서 나왔거나 주인을 잃은 모양이에요. 며칠째 비슷한 장소에 머물며 인사하고 있는데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동네 주민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어요. 제가 사는 동네인 망원동에는 길고양이를 위한 집과 음식, 물을 주는 모임도 있어 걷다보면 종종 보이는 길고양이들이 많답니다.

점례는 제가 출근 할 때 종종 배웅해주곤 하는데요. 독특한 행동이 있어요. 버스만 보면 멈춰서 가지 않으려하고, 심하면 버스를 보고 짖는 거죠. 황당한 건 제가 옆에 있어도 잊어버린 채 기다릴 때도 있다는 거죠. 그 모습이 재밌어 '점례야 우리 여기 있어!' 하며 안심시키고 다시 길을 가곤 한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점례에게 보여줬던 저의 버스를 타고 떠나는 모습이 무심코 강아지에게 상처가 된 게 아닌지 정말 미안한 마음도 커요.

저는 여러분께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여전히 점례와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무한반복 실수하고, 깨닫고, 고쳐가며 행복하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하여간 산책할 때 이렇게 예쁘게 꽃길만 걸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산책을 하다보면 아름다운 상황만 연출되는 건 아닙니다. 사건은 지금부터입니다. 갑작스럽게 강아지가 그런 행동을 할 때가 있을 거예요.

갑자기 아크로바틱 선수처럼 진흙에 몸을 부비고 배배 꼬았다가 기지개를 켰다가, 온몸에 흙을 묻혔다가 뛰었다가 다시 아크로바틱의 세계로 빠져 듭니다. 진흙샤워 및 지렁이 향수, 다른 동물들의 채취 등을 온몸 구석구석에 묻히기도 하고요.

점례는 유난히 비가 오고난 뒤 지렁이나 생물들이 다 땅 위로 올라온 날에 산책하면 파티를 벌이곤 합니다. 이제는 저도 어느 정도 예감하고 점례가 행복하면 된다는 도인의 마음으로 즐겁게 산책을 즐깁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속엔 '내가 백날 심장사상충에, 진드기 예방 목걸이에, 내부기생충약 다 챙기면 뭐하나, 저렇게 다 비벼대는데' 하는 한탄도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자면 '거의 모든 예방을 마쳤으니 마음껏 부비고 놀아도 점례가 건강할거야' 하는 믿음도 있지요.

점례는 지금 어느 놀이동산보다 즐거운 파티중입니다. 기분 좋은 날엔 죽은 쥐, 새도 발견하고는 저를 끌고 가 깜짝 선물을 하기도 해요. 지금은 태연하게 글로 말할 수 있지만, 선물 받은 당시에는 너무 놀라 소리 지르며 울면서 집으로 뛰어왔답니다. 사실 점례가 겁쟁이인건 다 저를 닮아 그런가봅니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심하잖아요. 여러분~ 점례 좀 보세요.

강아지들이 왜 저런 행동을 보이는지 알아봤어요. 그랬더니 그 행동을 미워할 수만은 없었어요. 진흙이나 다른 동물들의 분비물 등에 몸을 이리저리 비비는 행동은 강아지에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본능으로 봐야 한다고 해요.

강아지가 땅에 몸을 비비는 이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고 하네요. 첫번째, 사냥 본능 중 하나로 사냥 시 동물에게 자신의 냄새를 속이기 위한 위장술이라는 설. 두번째, 동료들에게 내가 어디에 다녀왔는지를 알리기 위한 냄새를 묻혀 간다는 설 등이 있다고 합니다.

강아지는 인간이 아닌 동물이다 보니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야생의 사냥 본능과 자연을 좋아하고 느끼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겠지요. 그런데 땅에 몸을 비비는 행동을 하지 않는 반려견들은 소심하거나 예민하다는 특징이 있다고 해요. 즉,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새로운 환경을 무서워한다고 볼 수도 있다는 거죠.

여러 가지 감정을 이겨내고 개가 개로서, 개다운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니 안심해도 될 만한 좋은 행동으로 받아들여야 겠네요. 그러니 절대 혼내거나 행동을 고치려 하지 말고 즐거운 시간을 방해하지 않고 온전히 즐길 수 있게 기다려 주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해요.(출처: 보듬커퍼니 강형욱 대표 교육칼럼 중 일부)

"신나게 노는 건 좋은데 제발 나한테만 오지 말아 줄래? 실컷 놀고 조심히 집에 가서 씻자"고 해도 신나게 놀고 난 뒤엔 꼭 저를 보고 개구쟁이처럼 뛰어와 점프를 하면서 진흙도장을 새겨요. 점례는 집에 와서 폭풍 목욕과 드라이를 마치자 에너지를 몽땅 소진한 듯 꾸벅꾸벅 졸더군요.

그리곤 자기 침대를 놔두고 제 침대로 올라와 잠이 들었답니다.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공감하시겠지만 강아지가 자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고 행복하답니다.

참,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어요. 혹시나 산책할 때가 아닌데 강아지가 자꾸 몸을 비빈다면? 그때는 한번쯤 진드기나 벼룩 등이 강아지의 몸에 있지 않은 지 의심해 봐야 합니다. 유심히 긁는 부위나 몸 전반을 빗질해보고, 그래도 같은 행동이 계속 된다면 병원에 꼭 방문하길 당부합니다.

여러분, 날씨가 꽤 덥고 습해 산책하기 쉽지 않지만 함께하는 반려견을 위해 조금만 일찍 또는 해지고 나서 10분이라도 하루 산책 잊지 않고 챙기세요. 그럼 저는 다음 주에 또 반려견을 위한 건강한 생각을 갖고 찾아오겠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점례친구 '은쌤' 이은주씨.ⓒ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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