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소리에 바들바들 떠는 개 좀 고쳐주세요"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A씨는 장마가 시작된 후부터 밤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졌다.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 시추의 울부짖음 때문이다. A씨에 따르면 시추는 평소 ‘순둥이’라고 불릴 정도로 몹시 얌전하다. 낯선 사람이 와도, 심한 장난을 쳐도 짖는 법이 없다. 하지만 어두운 밤, ‘우르르 쾅쾅’ 천둥이 칠 때면 시추는 180도 돌변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집안을 헤매는가 하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낑낑거리고 짖었다. A씨는 “얼마 전엔 시추가 짖는 통에 2시간 밖에 못 잤다”며 “말을 굉장히 잘 듣는 개인데 천둥이 칠 때면 ‘제발 조용히 하라’고 애원해도 끊임없이 낑낑거리고 짖어 너무나 괴롭다”고 토로했다.
장맛비가 계속되고 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무섭게 내리치는 빗방울과 굉음을 내는 천둥소리는 장마철을 더욱 실감하게 한다.
이런 장마철엔 동물병원의 풍경도 달라진다. 이맘때면 연례행사처럼 비슷한 고민을 가진 견주들이 반려견과 함께 동물병원을 찾는다. 바로 천둥소리를 심하게 무서워하는 반려견 환자와 그 보호자들이다.
동물병원뿐만이 아니다. 반려동물 행동심리전문가에게도 천둥, 번개에 심각한 반응을 보이는 반려견의 보호자들이 고민 상담을 해온다.
동물행동심리전문가인 한준우 서울연희전문학교 교수는 “천둥소리가 나면 안절부절못하고 울부짖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는 반려견이 의외로 많다”면서 “천둥소리를 무서워하는 건 어린 강아지들이 아닌 24개월령 이상의 개들”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사회화 시기 때 천둥소리를 듣지 못하고 성장한 개들은 천둥소리를 무서워 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스산한 날,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 온 동네에 울려퍼지는 천둥소리를 경험해보지 못한 개는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천둥번개를 무서워하게 되면 비가 오기만 해도 공포를 느끼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
한 교수는 “태어나서 성장할 때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어마어마하게 큰 소리를 듣게 되면 사람이라도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놀라지 않겠느냐”면서 “개에겐 ‘번쩍’ 번개가 치고 ‘우르르 쾅쾅’ 천둥소리가 나는 것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공포로 다가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천둥공포증’이 있는 반려견들은 공포심으로 인해 집안을 헤집어 놓거나 가구, 벽지 등에 상처를 내고 아무데나 대소변을 흘려 놓는다. 심한 경우 자해를 하기도 한다. 스산한 분위기에 내리치는 천둥번개가 개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둥공포증을 없애는 교육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비가 오고 천둥이 치는 날에 맞춰 교육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일부 전문가들은 녹음된 천둥소리와 간식을 이용하는 교육법을 알려주고 있지만, 청각과 후각이 예민한 개들에게 이 방법은 잘 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실제로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는 날 교육을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천둥증후군’에 대한 교육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비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어두컴컴한 날, 천둥번개가 칠 때 하는 것이 좋다. 이때 보호자는 개가 평상시에 먹지 않던 특별한 음식을 준비한 뒤 천둥이 칠 때 급여해야 한다.
한 교수는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는 날이 ‘공포의 날’이 아닌 맛있는 음식을 먹는 ‘특별한 날’로 인식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 때를 맞춰 미리 교육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지 않게 되면 교육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교육을 준비해놓으면 ‘천둥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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