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동물들은 왜 불쌍한 걸까

[동물원 바로보기] 네 삶을 풍부하게 하리라①

대전아쿠아리움 체험관의 아프리카사자. (사진 최혁준) ⓒ News1

(서울=뉴스1) 라이프팀 = 세달 째 '동물원 바로보기'를 연재하며 댓글을 통해 오늘날 사람들이 동물원과 그곳의 동물들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좀 더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동물원이라는 시설 자체에 대한 의견은 꽤나 다양했지만 동물들에 대해서는 단연 '불쌍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동물원의 윤리적 옳고 그름에 대한 의견이 어느 쪽인지 여부와는 무관히 사람들은 대체로 동물원 동물들이 불쌍하다는 것에 전반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불쌍한 걸까?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야생의 동물들이 동물원에 갇히며 잃어버린 것들을 중심으로 생각하게 된다. 아마 '자유가 없어 불쌍하다'가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겠지만 이것은 동물원의 존폐 문제(매번 댓글에서 논쟁이 치열한 문제인데, 우선 이 시리즈에서는 동물원이 매우 부족하기는 하지만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편에서 다루기로 한다)로 이어지는 무겁고 원론적인 사안인 데다 무엇보다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

북극곰은 특정한 세력권을 형성하지 않고 먹이와 짝을 찾아 북극의 해빙과 툰드라 지대를 이동하며 살아간다. (사진 최혁준) ⓒ News1
독수리는 계절에 따라 우리나라와 몽골 등지를 이동하며 살아가는 대표적 겨울철새다. (사진 최혁준)ⓒ News1

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자면 많은 사람들이 동물원 우리의 넓이를 말한다. 동물원에서 코끼리들은 야생에 비해 1000배, 북극곰은 100만배 이상 좁은 공간에서 살아간다. 하루에만 수십 킬로미터를 유영하는 돌고래, 계절마다 국가와 대륙을 넘나드는 비행을 하는 수많은 이동성 조류 등의 사례는 더욱 극적이다.

사람들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단조로운 환경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야생동물이 흙냄새도 맡고 비바람과 눈도 맞아보고 풀도 밟아보고 나무도 타며 살지 못하는 데서 오는 안타까움이다. 스스로 사냥을 하거나 먹이를 찾아먹지 못하고 정해진 먹이를 받아먹어야 한다는 것에 연민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아시아흑곰은 곰과동물 중 잡식 성향이 가장 강한 종으로, 그만큼 다양한 탐색행동을 통해 먹이를 얻는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다양한 자극을 수용하고, 자연스럽게 그러한 자극에 대해 판단하고 학습하게 된다. (사진 최혁준) ⓒ News1

필자는 이 다양한 '불쌍함'들의 공통점을 '자극이 부족하다'고 줄이고 싶다.

넓은 야생 서식지는 동물원 우리보다 단순히 넓기도 하지만 지형, 식생, 다른 동물 등 그 넓이 안에 다양한 자극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사방이 벽과 창살, 유리로 둘러싸인, 외부로부터 차단된 환경에서 지내는 동물은 밤과 낮, 절기와 기후 등 생태계의 온갖 변화를 통한 자극으로부터 유리된다. 먹이는 모든 야생동물에게 강력한 행동의 동기로 작용해 그들을 움직이게 만들며, 그 과정에서 동물들은 탐색과 발견, 고민과 결정, 기억과 학습을 한다. 따라서 동물원에서 때맞춰 주어지는 정해진 먹이는 이런 자극의 여지들을 상당 부분 없애게 된다.

몸을 좌우로 흔드는 정형행동을 보이는 아시아흑곰. 몸을 흔드는 행동은 곰과동물에서 흔하다. (사진 최혁준) ⓒ News1

이렇듯 자극이 부족한 동물원 속 야생동물들의 삶은 안정적이지만 동시에 단조롭고 제한적이다. 때문에 동물원 동물들의 행동양상은 야생 개체들에 비해 단순하다. 야생에서 나타나지 않는 행동들이 동물원에서는 생기는 것이다. 또한 자극 없는 삶은 신체적으로도 그렇지만 특히나 정신적인 측면에서 건강하지 못하다. 특정 욕구의 불충족 상태가 지속되면서 반대로 야생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상행동들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 중 일정한 반복성을 띠고 있는 것들을 특별히 정형행동(Stereotypy·상동증)이라고 부른다. 우리를 왔다갔다 움직이거나 몸을 이리저리 흔드는 등의 정형행동은 우리가 언제 어느 때 동물원을 찾아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하고 일반적인 문제다.

이러한 경향을 개선하기 위해 동물원에서는 동물에게 새로운 자극을 변칙적으로 제공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이번 편의 주제인 '동물행동풍부화'(Animal Behavioral Enrichment)가 바로 그것이다.

'네 삶을 풍부하게 하리라' 2편은 다음주에 계속됩니다.

최혁준(공주대 특수동물학과 2년,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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