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망친 종"… 귀여운 불도그에 관한 슬픈 진실

(사진 이미지투데이)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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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인간이 제일 나빠요. 인간이 예쁜 개를 만들다 보니 이렇게 된 거예요. 자연분만도 안 됩니다. (새끼의) 머리가 크다 보니 나오지를 못하는 거예요. 그냥 낳다 보면 개가 죽을 수도 있어요. 어미도, 새끼도 위험해요. 95% 제왕절개를 한다고 합니다."

지난 26일 개그맨 이경규는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반려견 '두치'가 낳은 새끼 들을 소개하며 이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새끼의 머리가 산도(産道)보다 커 제왕절개를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사람 손바닥만한 아기 불도그 여덟 마리를 카메라 앞에 내놨다. 그러면서 그는 "잉글리시 불도그는 다른 개에 비해 모성애가 약하다"고도 했다. 제왕절개를 한 때문이라고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불도그가 자연교배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앞다리가 지나치게 짧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이) 품종 개량을 위해 계속 교배를 시켜서 불도그를 탄생시켰다"면서 "예쁜 개를 만들기 위한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TV프로그램은 물론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불도그가 그런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는 데 대해 놀라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경규가 한 말이 정말 사실인지 의문을 갖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안타깝게도 전문가들은 방송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전부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 같은 문제는 불도그뿐만 아니라 퍼그, 페키니즈 등 단두종(短頭種)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김재영 태능동물병원장은 "불도그, 퍼그 등 단두종이 다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면서 "새끼의 머리가 어미의 골반, 산도보다 커서 분만 중 걸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어미도 새끼도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출산 예정일의 4일 전쯤 엑스레이나 초음파를 통해 새끼 머리와 산도 크기를 비교해 정상 출산이 가능한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면서 "단두종은 대부분 제왕절개를 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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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배와 출산만이 문제가 아니다. 단두종들은 코가 심하게 눌려 있는 탓에 평소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부정교합, 안구궤양, 척추질환 등으로 괴로움에 시달리기도 한다.

황철용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는 주둥이 짧은 개가 더 예뻐 보인다는 생각에서 사람들이 계속 그렇게 번식시키다 보니 문제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단두종은 인간이 망친 대표적인 종"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단두종은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더위에 약한 '단두종 증후군'을 갖고 있다"면서 "올해 미국 UC데이비스는 '잉글리시 불도그는 유전적 다양성이 낮아 이종교배를 통하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이미 단두종에 대한 생산 및 분양을 촉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평생 갖은 건강 문제에 시달리며 살아야 하는 기형적인 단두종들의 고통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지난 9월 영국수의사협회(British Veterinary Association)는 "퍼그, 불독, 시추 등 코가 눌려 얼굴이 납작한 반려견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인해 이들의 고통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개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단두종을 분양 받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영국 왕립 수의대의 로웨나 패커 박사도 같은 달 단두종들이 앓고 있는 수많은 건강상의 문제가 사람들의 선택적 교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단두종이 씹고 삼키는 데 어려움 때문에 특정 음식을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당신이 극단적인 신체적 특징을 가진 반려견을 기른다는 것은 개를 높은 위험에 밀어 넣는 것"이라는 쓴소리를 했다.

ssunh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