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두 발로 서게 하는 건 어리석은 짓"

수의사들, 슬개골 탈구 등 관절에 악영향 경고

반려견이 두 발로 서는 건 관절 건강에 좋지 않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지난달 방송된 한 인기 프로그램의 한 장면. 연예인 A씨는 태어난 지 2개월 됐다는 자기 반려견의 앞발을 잡고 춤추기 시작한다. A씨에게 앞발이 잡힌 반려견은 남은 뒷발로 바닥을 디딘 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인을 따라 다닌다. A씨는 강아지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운 듯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방송이 끝나자 주요 포털사이트에 A씨 이름이 오르내렸고 인터넷은 어느새 뜨겁게 달아올랐다. 일부 네티즌이 '반려견을 두 발로 세우는 건 동물학대나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나선 때문이다. '두 다리로 잠깐 서는 건 괜찮다'는 반론이 등장하면서 한동안 인터넷은 '반려견 두 발로 서기'를 놓고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수의사들에 따르면 반려견이 뒷발로만 땅을 딛고 서는 행동은 좋지 않다. A씨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네티즌 지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의사들은 무릎관절에 있는 슬개골이 본래 자리를 이탈해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틀어지는 질환인 슬개골 탈구로 병원을 찾는 반려견들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슬개골 탈구는 주로 소형견이 앓는 질환이다. 소형견 양육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한국의 경우 정형외과 문제를 갖고 있는 반려견들의 대부분이 이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다.

반려견이 두 발로 서는 건 관절 건강에 좋지 않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 News1

문제는 슬개골 탈구와 같은 관절질환이 발병 또는 악화하는 데 사람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김재영 수의사(태능동물병원장)에 따르면 두 발로 서기, 두 발로 서서 껑충껑충 뛰기, 소파나 침대 등 높은 곳에 뛰어오르기와 같은 행동이 반려견 관절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모두 사람이 조금만 신경 쓰면 막을 수 있는 습관들이다. 이와 함께 가정의 미끄러운 바닥재도 골 변형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윤홍준 수의사(월드펫동물병원장)는 '실내 공놀이'도 슬개골 탈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윤 수의사는 "실내에서 공놀이를 하면 반려견들이 던져진 공을 잡을 때 미끄러지곤 하는데 이게 가장 안 좋다"면서 "미끄러운 바닥에서 급격히 속도를 멈출 때 무릎에 10배가 넘는 하중이 가해진다"고 설명했다.

반려견 전용 신발도 관절에 안 좋다. 서상혁 수의사(VIP동물병원장)는 "반려견 전용 신발은 동물들 발에 맞춰서 나오지 않는다"면서 "맞지도 않는 신발을 5분 이상 신기면 관절이 틀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ssunh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