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바로보기] 누가 이 동물에게 돌을 던지나①

관람객이 던진 나뭇가지에 놀란 시베리아호랑이. (사진 최혁준) ⓒ News1
관람객이 던진 나뭇가지에 놀란 시베리아호랑이. (사진 최혁준) ⓒ News1

(서울=뉴스1) 라이프팀 = 얼마 전 서울동물원의 사자들이 봉변을 당했다.

사자 우리 앞에 선 한 남자가 준비한 돌을 사자를 향해 있는 힘껏 던졌다. 남자와 사자를 갈라놓는 해자의 폭이 10m 가량이나 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사자로부터 관람객을 보호하는 데 있지만, 반대로 이 남자와 같은 관람객으로부터 사자를 보호하는 데도 있다. 그래서 돌팔매질은 남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자 남자는 급기야 투석구를 동원했다. 가져온 야구방망이를 울타리에 내리치며 사자의 주의를 끌었다.

남자의 주도면밀함에도 불구하고 돌에 맞아 다친 사자는 다행히 없었다. 하지만 남자가 홀연히 사라진 탓에 동물원 측은 그의 신원도, 행방도, 행동의 동기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가 불분명한 이 남자는 오늘날의 전시동물들이 동물원뿐만 아닌 관람객으로부터도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 하나는 분명하게 재천명했다.

동물원 동물들의 정적인 모습은 종종 관람객을 실망하게 만든다. (사진 최혁준) ⓒ News1

아이부터 어른까지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동물들의 동적인 모습을 보길 기대한다. 시간과 체력, 돈을 들여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으로선 가만히 쉬거나 잠든 동물보다는 활발히 뛰노는 동물이 보고 싶은 게 당연하다.

그러나 많은 관람객이 실제로 마주하는 광경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호랑이는 등을 돌려 자고 있기 일쑤고, 사슴은 가만히 앉아 되새김질을 하며 얼룩말은 선 자리에서 좀처럼 움직이질 않는다. 당연한 결과다. 모순이라면 모순이겠지만, 관람객들이 가장 집중되는 시간대는 대부분의 동물원 동물들이 자거나 휴식하는 때와 겹치기 때문이다.

재규어에게 눈덩이를 던지는 관람객. 뒤따라오는 아이들의 아버지였다. (사진 최혁준) ⓒ News1

이렇게 기대와 현실이 서로 어긋나는 상황에서 좌절된 기대는 종종 직접 동물의 반응과 관심을 이끌어내고 싶은 욕심으로 변해왔다. 그리고 그 욕심은 물범에게 동전을, 악어에게 페트병을, 호랑이에게 신발을 던지는 행동으로 나타났다.

상술한 동물들과 그에게 던져진 물건들은 임의로 상상하여 짝지은 것이 아니다. 물범과 악어는 서울동물원, 호랑이는 대전오월드 동물원에 실제로 전시되어 있었고, 셋 다 관람객이 반응을 보고자 던진 물건을 먹었으며, 모두 삼킨 물건들이 소화계 손상을 일으켜 고통스럽게 죽었다.

물범과 악어의 사례는 각각 2001년, 2003년에 일어난 일임에도 현재까지 거론될 정도로 특히 참혹했다. 부검한 물범의 위에서는 120개가 넘는 동전이 쏟아져 나왔고, 악어의 위는 강력한 위산에 일그러진 페트병에 의해 찢어지고 구멍 난 상태였다. 잔류한 동전으로 비대해진 위는 비틀어 짠 빨래처럼 꼬이고, 구멍 난 위는 위산과 위 내용물을 복강 내에 유출시켜 장기의 심한 손상과 감염을 일으켰는데, 양쪽 모두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을 유발한다. 그저 동물이 반응하는 모습을 보겠다며 물건을 던진 가벼운 판단과 비교하면 그 고통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관람객의 관람예절을 당부하는 안내판은 쉽게 무시된다. (사진 최혁준) ⓒ News1

최근엔 이 같은 문제가 회자되지 않는 것으로 봤을 때 다행히 동물에게 물건을 던지는 사람의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다른 어떤 긍정적 해석의 여지도 없는 최악의 유형인지라 전시동물을 대하는 우리나라의 수준이 그나마 최악은 피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꾸준히 수가 유지되는 유형이 있으니, 바로 음식을 던지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애초에 먹지도 못하는 물건을 던지는 사람들보다는 얼핏 나아 보이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동물에게는 결국 똑같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푸른이마아마존앵무에게 초콜릿이 들어있는 과자를 건네는 모습. 초콜릿에 함유된 테오브로민은 새를 죽일 수 있다. (사진 최혁준) ⓒ News1

동물원 동물들은 사육사, 영양사, 수의사 등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종과 개체별로 짜인 식단에 알맞은 먹이를 일정 양 제공받는다. 그러나 관람객이 임의로 주는 음식은 특정 종이나 개체에 따른 고려는커녕 과자나 사탕 등 간식류인 경우가 많아 동물에게 비만이나 소화불량, 설사, 중독 등을 일으킨다. 게다가 이런 음식은 대개 달거나 짜서 기존 먹이에 대한 선호도를 떨어트려 관리를 어렵게 만든다.

곳곳에 붙어있는 먹이주기 금지에 대한 안내에도 불구하고 기린에게 근처의 풀을 뜯어 주는 모습. (사진 최혁준) ⓒ News1

과일이나 채소, 풀이나 나뭇잎 등 동물이 평소에 먹는 것들을 주는 것도 문제가 된다. 개장시간 동안 관람객에게 얻어먹은 것들의 종류가 무엇인지, 양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없어 동물의 식단을 짜거나 진단할 때 어려움이 생긴다.

또한 관람객들에게 먹이를 얻어먹어 본 적 있는 동물들에게서는 사람만 보면 음식을 구걸하는 행동이 나타난다. 관람객들은 적극적으로 구걸하는 동물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먹이를 주게 되고, 결국 그 동물은 질병을 얻게 된다. 악순환의 고리가 이렇게 탄생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한 우리에 여러 마리의 동물이 수용돼 있는 경우, 관람객이 개체 간의 서열관계를 무시하고 준 음식은 개체 간 갈등을 유발해 부상이나 폐사를 야기할 수 있다.

'누가 이 동물에게 돌을 던지나' 2편은 다음주에 계속됩니다.

최혁준(공주대 특수동물학과 2년,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 저자)

ssunh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