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아저씨의 동행] 건설현장 식당에 살던 코돌이와 코순이①

(서울=뉴스1) 라이프팀 = 4년 전 이맘때였습니다. 지금처럼 아주 무더웠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해 여름을 전 평생 잊을 수 없을 겁니다.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 한편이 저려옵니다. 2012년 여름, 전 저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유기견 한 마리를 하늘로 떠나보냈기 때문입니다.
코카 스파니엘 견종이었던 그 개의 이름은 코돌이였습니다. 코돌이는 친구 코순이와 함께 경기 용인시의 한 건설현장 식당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서로를 의지하며 살고 있었죠.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그 무더운 여름에 코돌이와 코순이는 누더기를 걸친 듯 온몸에 덥수룩한 털을 두르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덥고 괴로웠을까.' 너무나 딱했습니다.
코돌이와 코순이의 사연은 한 포털 사이트에서 알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코돌이와 코순이를 안타깝게 생각했지만 도움을 줄 방법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저도 코돌이와 코순이를 돕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 아이들을 우리가 힘을 합쳐 함께 구해보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십시일반 힘을 보태겠다고 했습니다. 코돌이와 코순이의 구조, 병원 진료 및 치료에 필요한 비용을 모금했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목표 금액이 모아졌습니다.
저는 용인으로 달려갔습니다. 코돌이와 코순이가 있는 건설현장 식당을 찾아 주인에게 "이렇게 방치해놓지 말고 우리에게 보내주면 잘 돌보다가 좋은 입양자를 찾아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식당 주인은 코돌이와 코순이가 자신의 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어떤 분이 자긴 개들을 더 이상 못 키우겠다고 식당 뒤편에 갖다 놨어요. 잔반을 챙겨주고 있긴 한데 저희도 귀찮아요. 돌볼 여력이 안 돼요. 데리고 가고 싶으면 데려가세요."
직접 본 개들의 모습은 더 처참했습니다. 두터운 갑옷을 입은 것처럼 온몸에 두꺼운 털을 두르고 있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그 누더기 같은 털을 벗겨주고 싶었습니다.
대부분의 애견미용실에선 코돌이와 코순이처럼 심하게 털이 망가진 반려견들을 잘 받아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단골로 다니는 곳에 코돌이와 코순이의 사진을 미리 보냈습니다. "개들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요. 혹시 미용해주실 수 있을까요?"
간절함이 통했는지 미용실에선 "이렇게 심한 아이들은 미용을 받기 힘드니 우리가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코순이와 코돌이를 본 미용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더군요. 이 두 녀석을 미용하는데 장장 8시간이 걸렸습니다. 진드기와 개벼룩 등이 수십 마리가 나오는 바람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겁니다. 그래도 힘들게 미용을 끝낸 아이들을 보니 제 속이 다 시원해지더군요.
코돌이와 코순이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저의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이때 코돌이와 코순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지요.
이전 글에서 보셨던 것처럼 뚱아저씨 집에는 제 인생을 바꾼 흰돌이와 흰순이, 동작대교 다리 밑에서 구조한 럭키, 그리고 자양동 길거리에서 떠돌던 시추 순심이가 있었습니다.
건설현장 식당에서 생활하며 강아지 친구들을 수년간 만나보지 못했을 코돌이와 코순이는 흰돌이, 흰순이, 럭키, 순심이를 만나자 무척 반가워했습니다. 여섯 마리가 마당에서 어찌나 신나게 뛰어놀던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너무나 흐뭇했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튿날 코돌이와 코순이를 병원에 데려간 저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몇 년간 바깥에서 방치됐던 코돌이와 코순이가 심장사상충에 걸린 것이었습니다. 특히 코돌이의 상태는 아주 심각했습니다. 심장사상충의 자충과 성충이 혈액과 심장에 가득할 정도였습니다. 하늘이 너무나 원망스러웠습니다.
'건설현장 식당에 살던 코돌이와 코순이 이야기' 2편은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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