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동물의 고통' 체험하는 롯데월드 생태 체험관

생태 설명회에서 관람객이 준 먹이를 받아 먹고 있는 프레리도그.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너무 귀여워. OO야, 너무 잘 먹는다. 너도 먹여봐. 만져봐, 만져도 괜찮아."

아이들과 함께 오후 다섯 시부터 시작하는 '프레리도그 생태 설명회'에 참석한 한 여성은 프레리도그에게 땅콩을 주며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다. 앙증맞은 프레리도그가 자신이 준 땅콩을 두 손으로 받아들고 야금야금 먹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던지 그는 멀리서 다른 동물을 구경하던 가족들을 불렀다. 곁에 앉아 있던 어린 아들의 손을 잡아끌어 프레리도그를 쓰다듬게 했다.

남아메리카 멕시코에 주로 분포하며 쥐목 다람쥐과인 프레리도그는 해발 1600∼2200m의 바위가 없는 넓은 풀밭에 서식한다. 드넓은 초원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자연에서의 프레리도그는 직접 판 땅굴에서 무리를 이뤄 생활한다.

그런데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에 살고 있는 프레리도그 일곱 마리는 드넓은 풀밭도, 몸을 숨길 수 있는 굴을 팔 수 있는 흙바닥도 구경하지 못한다. 하루 간격으로 두 번씩 열리는 생태 설명회 땐 수많은 관람객이 내미는 공포의 손길을 견뎌야 한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환상의 숲'에 전시된 자이언트 토끼. ⓒ News1

◇ 롯데월드가 준비한 '환상적인 생태 체험관'

롯데월드는 2012년 5월 어드벤처 1층에 총 50여억 원을 들여 2000㎡ 규모의 '환상의 숲'을 오픈했다. 당시 롯데월드는 환상의 숲을 '200여종 4만여 개체의 생물과 교감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 실내 체험관'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롯데월드는 최근 이곳을 새롭게 단장했다. 현재 이곳엔 프레리도그, 라쿤, 자이언트 토끼, 철갑상어, 잉어, 파이톤, 타란튤라 등 육해공을 아우르는 75종의 생물들이 전시돼 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책에서만 보던 생물을 가까이서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했다"면서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월드의 '환상의 숲 리뉴얼 오픈' 홍보가 시작된 다음날인 지난 19일 방문한 현장에는 적잖은 관람객들이 있었다. 친구들끼리 놀이동산을 찾았다가 동물 구경을 하러 왔다는 10대 학생들에서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 중국인 관광객들까지 수많은 인파가 환상의 숲을 찾았다. 이곳 관계자는 "몇 명이 방문하는지 공개할 수 없지만 평일보다 주말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편"이라고 했다.

환상의 숲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모으는 프로그램은 생태 설명회다. 롯데월드 측도 '사육사와 함께하는 다양한 생태 설명회'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홍보 채널은 물론 환상의 숲에 들어가는 입구에도, 동물 전시관 곳곳에 생태 설명회가 언제 열리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시간표가 붙어 있다. 각 개체별로 생태 설명회가 열리는 날짜와 회차가 정해져 있다. 사람들은 시간표를 확인하곤 "시간에 맞춰 와서 들어 보자"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프레리도그 생태설명회에서 할 수 있는 먹이주기. ⓒ News1

◇ 동물 생태 설명 않는 '이상한 생태 설명회'

예정된 시간에 열린 생태 설명회의 진행 방식은 뜻밖이었다.

오후 다섯 시에 열린 프레리도그 생태 설명회를 위해 나온 사육사 손엔 땅콩이 가득 들어 있는 통 하나와 집게가 들려 있었다.

사육사는 작은 사육장에서 프레리도그 한 마리를 꺼내 통 안에 담았다. 그런 뒤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집게를 건네면서 "프레리도그에게 땅콩을 직접 줘보라"고 권유했다. 그러자 인근 관람객들이 일제히 먹이를 주기 위해, 또 만지기 위해 프레리도그에게 다가왔다. 프레리도그는 20분간 사람들의 손길에 집중적으로 시달려야 했다.

"생태 설명회는 언제 하나"라는 질문에 사육사는 "이게 생태 설명회다. 그런 거 따로 없다. 이렇게 만져보기, 먹이주기가 생태 설명회"라면서 "고슴도치, 기니피그, 토끼 등도 다 이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단체 '동물을위한행동'의 전채은 대표는 생태 설명회를 둔갑한 동물체험전은 상업성을 은폐하려는 교묘한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동물원 상업성이 사회적 문제가 되다 보니 생태라는 말을 붙여 교묘하게 상업성을 은폐하고 있다"면서 "대체 무엇이 생태적인지 롯데 측은 제대로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환상의 숲' 입구에 상영되고 있는 '동물 체험 프로그램' 광고. ⓒ News1

◇ 잘못된 환경, 그리고 동물들의 죽음

남아메리카 풀밭에 살던 프레리도그는 롯데월드 생활이 과연 편할까.

롯데월드 관계자에 따르면 프레리도그 중 몇 마리가 출산한 적이 있다. 암수 모두 한 우리에서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암컷들이 새끼를 가졌다. 그런데 새끼들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조리 죽었다. 프레리도그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환경이 문제였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원래 프레리도그는 땅굴을 파서 새끼들을 보관한다"면서 "이곳은 땅굴을 팔 여건이 안 되고 좁다 보니 새끼를 낳고는 자기들끼리 다 죽여버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프레리도그의 이상행동의 원인을 환경 미비와 전문 사육사의 부재로 꼽았다.

전채은 대표는 "사육사는 전시 공간과 마릿수를 계산해서 적절한 개체 수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더 많은 개체를 감당할 수 없는 공간이라면 발정기 때 암수를 분리하거나 출산 후 프레리도그들을 분리해놔야 한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이어 "이 같은 사항을 판단할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육사가 없으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한국엔 일부 큰 동물원을 제외하곤 전문성을 갖춘 사육사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쳇바퀴에 몰려든 다람쥐들. ⓒ News1

◇ "갇혀있는 동물 안쓰럽긴 하지만…아이가 좋아하니까요"

예정된 시간에 진행되는 생태 설명회가 아니라도 수시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미꾸라지 체험존이다.

이곳은 수십 마리의 미꾸라지들을 어린 아이들도 쉽게 만질 수 있도록 얕은 높이로 시설물을 만들어 놨다. 그리고 아이들이 미꾸라지를 만진 뒤 손을 씻을 수 있도록 바로 옆에 수도시설도 설치했다.

역시 아이들은 손만 뻗으면 만질 수 있는 미꾸라지 체험존을 좋아했다. 말리는 이도 없었다. 아이의 보호자들은 오히려 "한 번 만져보라"며 아이들을 부추겼다. 아이들은 즐겁게 물에 손을 담근 채 휘휘 저으며 미꾸라지를 만졌다.

그런데 수십마리의 미꾸라지 가운데 움직임이 보이는 것은 한두 마리 정도였다. 대부분 하얀 배를 뒤집은 채 죽어 있었다. 미꾸라지 체험존에선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는 게 아니라 생명을 죽이는 방법을 체험하는 셈이다.

일곱 살 난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한 남성은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실내에서 새, 곤충, 포유류 등을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면서 "갇혀 있는 동물들이 안쓰럽다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이지만 아이가 좋아하니 찾아오게 됐다"고 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전진경 상임이사는 "부자연스러운 환경에 있는 동물들을 보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그 동물들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는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한 번쯤은 괜찮겠지라는 어른들의 생각이 실내 동물원의 난립을 부추기고 자연에서 살아야 할 동물들을 좁디좁은 수조와 유리관에 가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환상의 숲'의 미꾸라지들. 아이들은 미꾸라지 만지기에 여념이 없었고, 부모들은 이를 부추겼다. 일부 미꾸라지들은 하얀 배를 드러내고 죽어 있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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