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예쁘지 않아 대접받지 못하는 한국의 '똥개'들
해외에선 입양시 개 외모 대신 성향 먼저 따져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남들 눈엔 하찮은 똥개일지 몰라도 우리 가족에겐 정말 소중한 존재예요."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엔 서러움이 묻어났다. 글을 올린 네티즌은 유기견 보호소에서 한 살이 안 된 믹스견을 입양해 돌보고 있다면서 최근 택시를 탔을 때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글에 따르면 이 네티즌은 강아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들렀다 집에 오는 길에 택시를 이용했다. 이 네티즌은 콜택시를 부를 때 개를 데리고 있다고 말을 해놓은 터라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택시를 탄 직후 발생했다.
이 네티즌은 "택시기사가 강아지를 보더니 '작은 개인 줄 알았더니 똥개XX네. 저런 개는 보신탕집에 팔려가는 개인데 왜 저런 개를 키우냐'고 했다"면서 "나에겐 소중한 강아지를 하찮게 말해 무척이나 맘이 상했지만 한편으론 죄인이 된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누군가에겐 가족과도 같은 소중한 반려견이 단지 작고 예쁜 순종이 아니란 이유만으로 '보신탕용 개'가 된 셈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지난 2014년에도 있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대표 임순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경기 부천의 한 도로에서 길거리를 배회하던 백구 한 마리가 차 사고를 당해 죽은 채로 발견됐다. 백구의 사체 곁엔 택시기사가 서 있었고 곧 사체 처리를 담당하는 해당 구청 관계자가 사고지점에 도착했다.
카라에 따르면 백구의 사체를 확인한 구청 관계자는 "보신탕 감이다. 엄청 크다. 몇 인분 감이다"라는 말을 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택시기사는 "내가 가져가도 되냐"는 말을 했고, 구청 관계자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택시기사는 백구의 사체를 싣고 현장을 떠났다.
두 사례에 등장하는 반려견들은 한국의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종견이다. 잡종견은 과거부터 사람들이 근친교배 등을 통해 임의대로 만들어 놓은 순종과 달리 대대로 여러 종들이 번식을 거듭해 생겨난 개체들을 말한다. 한국에선 이런 잡종견들을 '똥개'라고 부른다. 똥개란 이름은 원래 '똥을 먹는 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부모견의 견종을 알아볼 수 없는 잡종견들을 똥개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런 똥개들은 유독 한국에서만 '똥개' 취급을 받는다. 반려견으로 인정받기는커녕 '보신탕용'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똥개를 기피하는 현상은 동물보호단체의 입양행사에서도 눈에 띄게 나타난다. 애견숍 등에서 판매되는 작고 예쁜 순종 개를 만들어 내는 '퍼피밀(강아지공장'에서 구조돼 동물보호단체 입양센터에 들어온 개들은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새 가족을 찾는다. 반면 예쁘지 않거나 잡종일 경우엔 거의 새 가족을 찾지 못한다. 문제는 이런 잡종견 괄시 문화가 유독 한국에만 심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반려견의 해외 입양 관련 일을 해온 한 반려견 입양 전문가에 따르면 미국인은 개의 생김새나 장애 여부 등 보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가 순한지, 사교성이 좋은지 등 개의 성향을 먼저 따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관계자는 "미국과 캐나다에선 한국에서 입양을 가는 개들 중 '백구'와 '누렁이' 같은 잡종견을 선호한다"고 했다.
박소연 동물보호단체 케어 대표는 한국인들이 유독 반려동물의 종과 생김새를 따지는 원인을 성숙하지 않은 반려동물 문화에서 찾았다.
박 대표는 "대다수의 서양인들은 반려견 종을 따지지 않는 데다 특이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어도 입양해 키운다"면서 "유독 한국이 순종과 생김새에 민감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이어 "'남에게 과시하려는 성향'이 이런 미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만든 것 같다"며 "잡종이든 장애를 가졌든 사람이 보호하고 아껴야 할 한 생명이란 생각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sunh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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