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고양이도 수혈이 필요해요'
백산동물병원, 고양이 헌혈프로그램 시작… B형 혈액형 네트워크 구축
- 이병욱 기자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직장인 김모(29)씨는 얼마전 기르고 있는 페르시안 고양이를 데리고 집 근처 동물병원 응급실을 급히 찾아갔다.
고양이가 사료도 잘 먹지 않고, 무기력해지고, 체중도 감소하고, 가쁜 호흡에 열까지 동반한 증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혈액검사를 해보니 RBC(적혈구 수), Hb(혈색소), Hct(헤마토크리트) 수치가 매우 낮게 나왔다. 정밀 검사 결과 고양이는 면역 매개성 용혈성 빈혈(IMHA)을 앓고 있었다.
IMHA는 적혈구에 대한 항체가 생겨 스스로 적혈구를 공격하고 파괴해 빈혈을 유발시키는 질병으로, 치사율이 50%를 웃돈다.
당장 고양이에게 수혈이 필요했던 김씨는 반려묘 동호회를 통해 알게 된 친구의 도움으로 무사히 수혈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의 고양이처럼 많은 반려묘들이 수혈을 필요로 한다. 그만큼 혈액이 필요하고 그 혈액을 공급해주는 고양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공혈묘(供血猫)의 숫자도 적고, 건강한 고양이의 보호자들 역시 자발적으로 헌혈에 동참하기를 꺼린다.
13가지의 혈액형이 있는 개와 달리 고양이의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의 항원에 따라 A형, B형, AB형 등 3가지다.
개의 경우 수혈 받기 전에는 항체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첫번째 수혈은 혈액형과 상관 없이 가능하지만, 고양이는 같은 혈액형만 수혈 받을 수 있다.
또한 고양이의 87% 정도가 A형으로 B형을 가진 고양이가 수혈이 필요할 경우 난처한 상황을 겪기도 한다. 고양이 B형은 사람의 RH-형처럼 희귀한 혈액형이다.
이에 고양이전문병원 백산동물병원(원장 김형준)은 이달부터 '묘한 정(情)을 나누어 주세요'란 슬로건을 내걸고 고양이 헌혈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 헌혈이 가능한 반려묘들을 사전에 등록해 두는 시스템이다. 반려묘의 혈액 기부를 통해 고양이의 생명을 살리고, 사랑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반려묘들이 헌혈 프로그램에 동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6년령의 건강한 고양이, 체중 5kg이상, 예방접종 완료, 고양이 여러마리가 있는 가정일 경우 헌혈묘·동거묘 모두 실내생활, 수혈 받은 경력이나 임신중인 고양이는 제외 등 비교적 까다로운 가입조건이 있다.
또 한번 헌혈한 고양이는 최소 3개월이 지난 후 다시 헌혈을 할 수 있고 한번 채혈 시 50cc 정도로 헌혈양을 제한하는 등 고양이의 건강을 우선 고려한다.
헌혈을 위해서는 사전에 신체검사와 영상검사, 심화혈액검사, 수혈 적합성 검사 등이 진행되는데 이를 통해 반려묘의 건강상태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백산동물병원 김형준 원장은 "개보다 고양이는 특수성이 있어 혈액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며 "특히 B형 혈액형에 대한 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고양이 헌혈프로그램에 보호자들의 참여도만 높일 수 있다면 생사의 기로에 놓인 환묘들을 살리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려동물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는 선진국에서 동물의 헌혈이 보편화 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도 의식을 개선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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