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의 환영"…'벽돌 작가' 김강용 '리얼리티 이미지' 展

표갤러리 10월 2~31일

김강용 '리얼리티 이미지' 展 포스터 (표갤러리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흔히 도시를 짓는 건축 자재로만 여겨지던 벽돌이 캔버스 위에서 현실과 허상의 경계를 묻는 예술적 질문으로 다시 태어난다. 겉보기엔 진짜 벽돌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모래와 물감의 요철이 빚어낸 착시이자 깊은 사유의 공간이 펼쳐진다.

표갤러리는 10월 2일부터 10월 31일까지 김강용 작가의 개인전 '김강용 리얼리티 이미지(KIM KANG YONG: REALITY IMAGE)'를 개최한다.

김강용은 반세기 가까이 벽돌이라는 독특한 소재에 매달리며 한국 리얼리즘 회화의 대표 주자로 이름을 알려 왔다. 하지만 그의 붓질은 단순히 1970년대 산업화의 단면을 그대로 베껴 그리거나 기록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이번 전시는 그가 오랜 세월 다듬어온 조형 실험을 되돌아보며, 사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인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고든다.

작가의 관심은 도시 개발 뒤편으로 밀려난 보잘것없는 존재들에서 싹텄다. 공장에서 찍어낸 익명의 덩어리들이 겹겹이 쌓여 거대한 도시를 이루듯, 개인과 집단의 역학 관계를 캔버스에 담아냈다. 미술평론가 송미숙도 그의 벽돌 그림을 사물의 단순 복제가 아닌 배열과 구조의 탐구로 짚어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화면은 벽돌 그 자체보다 벽돌 사이의 틈새, 빛과 그림자가 만드는 여백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최근 작업에서는 구체적인 형태마저 단순한 네모 상자 모양으로 덜어내고, 평면 위에 그림자만으로 공간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갤러리 관계자는 "오랜 세월 벽돌을 쌓고 허무는 과정 속에서 작가의 시선이 물성 자체를 넘어 바라보는 행위 그 자체로 나아갔다"며 "관람객이 실재와 착시의 경계를 직접 체감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