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연가' 에녹 "원맨쇼 경계하고 완급 조절할 것…지금에 감사"
뮤지컬 '광화문연가' 월하 역 '에녹' 라운드 인터뷰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들로 엮은 CJ ENM의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연가'가 2017년 초연 이후 다섯 번째 시즌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극중 임종을 앞둔 명우의 기억 속을 여행하며 극의 흐름을 쥐락펴락하는 인연의 신 '월하' 역에 뮤지컬 배우 겸 가수 에녹이 새롭게 합류했다.
에녹은 그간 굵직하고 다소 어두운 서사의 작품이나 트로트 서바이벌 경연을 거치며 영역을 넓혀 왔다. 이번엔는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안내자로 무대에 섰다. 최근 에녹은 취재진을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와 무대 철학 등을 들려줬다.
-이번 시즌 '광화문연가'에 월하 역으로 새롭게 합류하게 된 소감은.
▶오래전부터 인연이 닿지 않아 아쉬움이 컸던 작품이다. 참여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무엇보다 중·고등학교 시절 이영훈 작곡가의 곡들을 정말 좋아했다. 연습 기간 내내 그 명곡들을 듣고, 동료 배우들의 목소리로 노래가 울려 퍼질 때마다 벅찬 행복을 느꼈다. 연습실 분위기도 젊고 에너지가 넘쳐 오랜만에 큰 활력을 얻으며 준비했다.
-좋아했던 곡을 직접 무대에서 부르는 느낌은.
▶'빗속에서'나 '휘파람'을 원래부터 좋아했다. 그런데 좋아하는 곡을 직접 무대에서 부르려니 부담도 컸다. 이문세 선배님의 원곡 느낌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내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이 많았다. 반면 '서로가'는 이번에 새롭게 접했는데 정말 매력적인 곡이라 깊이 빠져들었다.
-월하 캐릭터가 워낙 확고한데, 본인만의 차별점은.
▶억지로 차별화를 두려 하지는 않았다. 이미 다섯 번째 시즌을 거치며 역할의 기능과 장면별 선이 명확히 그어져 있다. 차지연 배우 같은 훌륭한 교과서가 이미 앞에 있지 않나. 그저 작품과 역할의 본질을 충실히 흡수하려 했다. 창작진에게 내 장점을 발견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감사하게도 '따뜻함'을 짚어줬다. 차지연의 월하가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녔다면, 나는 조금 더 따뜻하고 진중하게 무게중심을 잡으려 한다.
-실제 성격과 월하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어떤가.
▶기본적인 성향과는 꽤 거리가 멀다. 월하는 에너지가 넘치고 장난기도 많고 애드리브로 풀어가야 하는 순간이 많다. 처음엔 창작진에게 '저 알고 캐스팅하신 것 맞냐'고 농담을 던졌을 만큼 막막했다. 특히 월하가 극의 템포와 리듬을 쥐고 흔드는 인물이라, 분위기를 가볍게 띄워주면서도 뒤이어 나올 명우와 수아의 감정선을 해치지 않는 적정선을 찾는 작업이 어려웠다.
-명우 역의 배우들과 호흡은 어떤 방식으로 맞춰가고 있나.
▶이석훈, 손준호 배우와 실제로 나이대가 비슷해 친구처럼 편하게 호흡한다. 석훈 배우의 명우는 다소 까칠한 면이 있어서 깐죽거리며 도발하는 재미가 있다. 반면 준호 배우의 명우는 강해 보이려 애쓰지만 묘하게 귀엽고 안쓰러운 구석이 있어 약간 짓궂게 대하며 티키타카를 만든다. 무대 위 피지컬이나 또래만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큰 강점이 되고 있다.
-가요와 뮤지컬 창법 사이에서 보컬적 고민은 없었는지.
▶월하의 넘버들은 빠르고 피치가 높은 데다 스캣이나 애드리브가 많다. 가요 발성으로만 부르면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묻히고 가사가 뭉개진다. 반대로 전형적인 뮤지컬 발성을 쓰면 원곡의 맛이 살지 않았다. '붉은 노을'이나 '깊은 밤을 날아서'처럼 빠른 템포 속에서 그 중간 접점을 찾는 과정이 가장 고통스러우면서도 값진 배움이었다.
-대중적 인지도가 커진 후 무대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는.
▶트로트 무대, 야외 축제, 클래식 콘서트 등 다양한 무대를 겪으며 무대 위에서 시야가 훨씬 넓어졌다. 예전에는 마니아적인 성향의 작품을 주로 했다면, 이제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적인 작품의 문도 열렸다. 그 모든 경험이 축적돼 무대 위 여유로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가.
▶삶은 결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지금 주어진 자리에 감사하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유일한 답이다. 월하로서 남은 공연 동안 자칫 원맨쇼로 흐르지 않게 완급 조절을 하며 명우의 서사를 끝까지 잘 배달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훗날 또 다른 형태의 선물이 찾아오길 기대하며 오늘을 성실히 채워가겠다.
한편 '광화문연가'는 생을 떠나기 1분 전, '기억의 전시관'에서 눈을 뜬 명우가 인연술사 월하를 만나, 함께 지나온 인생을 되짚어보는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이다. '붉은 노을' '옛사랑' '소녀' '깊은 밤을 날아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등 고 이영훈 작곡가의 대표곡들이 함께한다. 11월 15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무대가 펼쳐진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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