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객석만 아니라면 영화 이상의 감동을 보장한다…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관객 위치에 따라 칠판이 안 보이는 교실 장면…좌석 선택이 관람 만족도 가른다

21일 기자 앉은 좌우 R석 이외에도 시야 제한이 있었다. 지난 20일 마스트 인터내셔널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동영상에서도 2층 R석에서는 칠판(노란색 원)이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는 원작 영화를 뛰어넘는 감동을 제공한다. 개막 이후 일부 관객의 불만을 감안하면 VIP석에 해당하는 객석 중앙열에서 관람할 때에만 유효한 얘기다. 21일 열린 시연회에서 좌우측 R석(녹색)을 옮겨가며 관람해보니 일부 교실 장면과 무대 가장자리 장면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개막한 이 연극은 원작 영화의 뼈대를 유지하되 프랑스 버전을 그대로 복제하지 않고 국내 관객의 정서에 맞춘 자체 버전으로 무대화했다. 여기에 존 키팅 역을 맡은 차인표, 오만석, 연정훈을 비롯해 주조연의 열연이 감동을 더하는 요소다.

제작사 마스트 인터내셔널은 시야 문제를 의식해 일부 좌석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제작사는 인스타그램에 "무대 세트 구성 및 객석 시야 확보를 고려하여 OP석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관람석은 중앙 블록 1열, 좌·우 블록의 경우 2열부터 시작되오니 예매 시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공지했다.
"카르페 디엠을 쓰는 칠판이 안 보여"… 9만원 일부 R석의 아쉬움

아쉬움은 좌석에서 나왔다. VIP석 12만원, R석 9만원, S석 6만원으로 가격 차이가 적지 않은 공연에서 일부 중앙을 제외한 좌우 R석은 장면에 따라 무대 전체를 보기 어려웠다. 방사형으로 배치된 좌석구조상 극장 중앙에 동선과 무대장치를 집중해야 했지만, 프로시니엄(액자) 뒤편에 무대배경을 놓은 결과다.

이미 제작사 마스트 인터내셔널은 시야 문제를 의식해 일부 좌석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제작사는 인스타그램에 "무대 세트 구성 및 객석 시야 확보를 고려하여 OP석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관람석은 중앙 블록 1열, 좌·우 블록의 경우 2열부터 시작되오니 예매 시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공지했다.

현장에서도 같은 취지의 설명이 나왔다. 21일 시연회에서 제작사 관계자는 "무대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좌석의 경우, 구역을 정해서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관 대표도 무대 배경이 더 원형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관객의 기준은 제작사의 설명보다 엄격할 수밖에 없다. 예매 화면에서 판매 가능한 좌석이라도 좌우 R석 일부는 관람 중 불편을 느낄 수 있었다. 시야에 예민한 관객이라면 중앙 블록을 우선 검토하는 편이 나아 보였다.

오른쪽 R석에서는 교실 장면의 칠판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키팅 선생이 학생들과 처음 만나 칠판에 'Carpe Diem'을 쓰는 장면은 작품의 핵심인데, 이 글씨를 확인하기 어려우면 장면의 힘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왼쪽 R석도 녹스와 크리스의 사랑을 다루는 장면 등에서 배우가 퇴장한 것인지, 무대 끝에 남아 있는 것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있었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원작의 힘에만 기대지 않고 배우의 호흡으로 감동을 되살린 공연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관람 전 좌석 정보가 충분히 제공돼야 했다. 무대 위에서 되살아난 "카르페 디엠"의 여운이 좌석 선택의 아쉬움으로 흐려지지 않기 위해서다.

제작사 마스트 인터내셔널은 시야 문제를 의식해 일부 좌석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예매가능한 좌우측 R석(녹색)의 경우도 21일 시연회에서 착석해본 결과, 일부 장면에서 불편함을 느껴야 했다.
"시 평가표 찢어라" 칠판 앞 카타르시스… 책상 위에 올라선 학생들

이날 시연에서는 키팅의 첫 수업과 문학수업, 학생들이 키팅을 배웅하는 장면 등이 공개됐다. 칠판에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을 쓰고, 교과서의 시 평가 법칙을 찢게 하는 장면은 영화의 기억을 무대의 리듬으로 다시 불러냈다.

특히 프리처드 박사의 시 평가 방식을 설명하는 수업 장면은 웃음과 메시지를 함께 만들었다. 키팅은 그래프의 가로축과 세로축으로 시를 재단하는 방식을 비틀며 "시가 무슨 배관공사야"라고 말하고, 학생들에게 그 페이지를 찢어버리라고 한다. 시를 읽고 쓰는 일이 점수나 고상한 태도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은 학생들의 몸짓과 함께 무대 위에서 확장됐다.

마지막 장면의 힘도 여전했다. 교장의 억압에도 학생들이 책상 위에 올라 키팅을 자신들의 '캡틴'으로 부르는 순간, 오래된 명대사는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지금 자신의 삶을 어떻게 쓸 것인지 묻는 질문으로 되돌아왔다.

1989년 영화의 감동을 뛰어넘다…정식 라이선스로 되살아난 "오 캡틴, 나의 캡틴"

연극은 1989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국내 첫 정식 라이선스 초연이다. 1959년 미국 뉴잉글랜드의 명문 기숙학교 웰튼 아카데미에 새로 부임한 영어 교사 존 찰스 키팅과, 입시와 성공을 강요받는 학생들이 자기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크지 않았다.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관람 전 원작을 먼저 보는 것도 방법이다. 줄거리를 미리 알아도 감동이 줄어드는 작품은 아니었고, "카르페 디엠"과 "오 캡틴, 나의 캡틴"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고 볼 때 무대의 밀도는 더 선명해졌다.

59세 차인표의 깊이, 오만석의 관록, 연정훈의 다정함… 세 배우가 완성한 존 키팅

이 공연의 가장 큰 장점은 존 키팅 역을 맡은 차인표, 오만석, 연정훈의 결이 서로 다르다는 데 있었다. 세 배우는 같은 대사와 장면을 공유하지만, 무대 위에서 드러내는 다정함과 단호함, 삶의 무게는 각기 달랐다.

오만석은 21일 시연회에서 "차인표 선배님은 매주 메뉴를 바꿔가며 밥을 사줄 정도로 후배 배우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정훈은 얼굴만 봐도 다정함이 묻어난다"며 자신도 두 사람의 다정함을 닮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차인표는 원작 속 키팅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살아온 배우의 경험을 전면에 놓았다. 그는 "원작의 키팅 선생은 30대 후반으로 나오는데, 저의 실제 나이는 59세"라며 "키팅 선생보다 20년 넘는 인생을 먼저 살고 있는 것인데, 살아보니 키팅 선생이 옳았구나 하는 걸 살며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연정훈은 차인표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으로 첫 연극에 도전했다. 그는 "저도 차인표 선배님과 마찬가지로 연극이 처음이고, 한 역할을 트리플 캐스트로 하는 것도 처음"이라며 "십여 년 만에 막내를 해본다. 형님들 연기하는 걸 보고 많이 배우면서 새롭고, 좋은 경험을 많이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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