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작품이 되다"…마틴 파 회고전 '위 아 마틴 파' 개최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16일~10월 18일

15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린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마틴 파(1952~2026) 회고전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아시아 첫 회고전인 이번 전시는 남북한 관련 사진을 비롯해 일상과 소비문화, 관광, 계급 풍경 등을 담은 대표작을 오는 16일부터 10월 18일까지 선보인다. 2026.7.15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스마트폰을 켜고 음식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행동은 이제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일상의 모습을 작품으로 승화한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마틴 파(1952~2025)의 대규모 회고전이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15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마틴 파 회고전 '마틴 파: 위 아 마틴 파(We Are Martin Parr)' 개막을 앞두고 기자 간담회가 개최됐다. 작가의 작고 이후 아시아에서 열리는 첫 대형 전시이자, 올해 새롭게 문을 연 사진미술관의 첫 번째 작가 조명전이다.

손현정 학예연구사는 "일상, 관광, 소비를 주제로 한 그의 56년 작업을 통해 다큐멘터리 사진의 본질을 조망한다"며 "사진집 편집자 등 확장된 작가의 면모와 한국 관련 시리즈를 대규모로 소개하며, 사진을 읽는 미술관의 역할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린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마틴 파(1952~2026) 회고전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아시아 첫 회고전인 이번 전시는 남북한 관련 사진을 비롯해 일상과 소비문화, 관광, 계급 풍경 등을 담은 대표작을 오는 16일부터 10월 18일까지 선보인다. 2026.7.15 ⓒ 뉴스1 박지혜 기자

그는 이어서 "전시는 단순히 작가의 연대기적 회보를 넘어, 일상과 소비문화를 아이러니와 유머로 포착한 그의 시선을 통해 오늘날 우리의 삶과 이미지 소비 방식을 엿본다"며 "현실을 직접 기록하는 마틴 파의 방식을 통해 AI 시대에 사진 매체의 본질과 현장성을 재조명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우리가 평소에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기이하고도 익숙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전시는 1970년대 초기 흑백 사진부터 최근작까지 50여 년간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사진 500여 점과 사진책 90권으로 알차게 꾸며졌다.

마틴 파는 관광지에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 화려한 색감의 불량식품, SNS용 셀카를 찍느라 정신없는 이들의 모습을 플래시를 터뜨려 날것 그대로 포착해 왔다. 그의 카메라는 관찰자를 넘어 매서운 사회 비판가로 작동한다.

15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린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마틴 파(1952~2026) 회고전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아시아 첫 회고전인 이번 전시는 남북한 관련 사진을 비롯해 일상과 소비문화, 관광, 계급 풍경 등을 담은 대표작을 오는 16일부터 10월 18일까지 선보인다. 2026.7.15 ⓒ 뉴스1 박지혜 기자

2층 전시실에 걸린 '마지막 휴양지'나 '작은 세계' 같은 대표작들은 여가와 관광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현대인의 탐욕과 쓸쓸함을 유머러스하게 폭로한다.

3층에서는 남한과 북한의 모습을 담은 연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분단국가라는 무거운 현실마저 일상과 관광이라는 필터로 재치 있게 해석한 작가의 독창적인 시선이 돋보인다.

마지막 코너인 '자화상' 시리즈에서는 세계 곳곳의 촌스러운 사진관에서 어색하게 포즈를 취한 작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큰 웃음을 안긴다.

15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사진미술관에서 열린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마틴 파(1952~2026) 회고전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아시아 첫 회고전인 이번 전시는 남북한 관련 사진을 비롯해 일상과 소비문화, 관광, 계급 풍경 등을 담은 대표작을 오는 16일부터 10월 18일까지 선보인다. 2026.7.15 ⓒ 뉴스1 박지혜 기자

마틴 파의 사진이 지닌 진짜 힘은 웃음 뒤에 오는 묵직한 반성에 있다. 알록달록한 색감에 이끌려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사진 속에서 허세를 부리고 소비에 집착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게 된다.

그가 담아낸 세상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매일 액정 화면을 바라보며 시각적 과시에 열을 올리는 바로 지금 우리의 자화상이다.

책을 예술의 한 갈래로 본 그의 철학을 담아 희귀한 사진책 90권을 직접 볼 수 있도록 꾸민 서재 공간도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디지털 시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갈 길을 묻는 학술 심포지엄 '왜 마틴 파인가'도 놓치기 아깝다.

안드레아 홀스헤르 매그넘 포토스 글로벌 컬쳐 디렉터가 15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사진미술관에서 열린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마틴 파(1952~2026) 회고전 기자간담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아시아 첫 회고전인 이번 전시는 남북한 관련 사진을 비롯해 일상과 소비문화, 관광, 계급 풍경 등을 담은 대표작을 오는 16일부터 10월 18일까지 선보인다. 2026.7.15 ⓒ 뉴스1 박지혜 기자

안드레아 홀스헤르 매그넘 포토스 글로벌 컬쳐 디렉터는 축사에서 "마틴 파의 강렬한 컬러 사진과 평범한 것에 대한 탐구는 기존 다큐멘터리 사진의 통념에 대한 도전이었다"며 "역사가 거창한 사건뿐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도 존재함을 보여줌으로써 다큐멘터리 사진의 지평을 넓혔다"고 말했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행사가 단순히 한 거장의 과거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들이 매일 접하는 시각 이미지들을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되돌아보는 뜻깊은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일상의 익살꾼 마틴 파는 사진, 영상, 사진책 등 총 595점의 전시물을 선보이며 "당신도 결국 사진 속 그 사람 아닌가요?"라고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오는 10월 18일까지 이어진다. 누구나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