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함과 감동 사이"…'데이미언 허스트'전, 54만 관람객 동원
국현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전 '성료'
젊은 세대의 뜨거운 호응 두드러져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박제된 상어와 화려한 알약으로 삶과 죽음을 노래하는 현대미술의 거장, 데이미언 허스트가 한국의 심장을 흔들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그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가 54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모으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전시를 시작한 지난 3월 20일부터 폐막일인 28일까지 96일 동안 하루 평균 5645명이 전시장을 찾은 셈이다. 이는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론 뮤익' 전의 기록을 훌륭하게 넘어선 수치다.
이번 전시의 흥행 비결은 젊은 세대의 뜨거운 호응에 있었다. 전체 관람객 중 20대와 30대가 62%를 차지하며 흥행을 이끌었다. 특히 10대 청소년 관람객 비율이 평소보다 2배 넘게 늘어난 12%를 기록했다. 교과서나 인터넷에서만 보던 유명 작가의 진짜 작품을 서울 도심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교육적 효과가 청소년들의 발길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람객도 전체의 6.5%를 기록했다. 유럽(25%), 중국(24.7%), 미국(16.9%) 등 전 세계 각지에서 발걸음이 이어졌다.
문화계 전반에 끼친 파급력도 컸다. 전시 기간 미술관의 새로운 회원 수는 시작 전보다 3.3배 늘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온라인 SNS에서 관련 게시물이 노출된 횟수는 720만 건을 돌파했다. 상어가 그려진 에코백이나 독특한 그립톡 같은 기념품도 인기를 끌었다. 상품 구매자는 지난해보다 61% 증가한 5만3806명이었고, 매출액은 3배 가까이 뛰었다. 작가가 직접 찾아와 팬들과 대화를 나눈 특별 행사는 인터넷 예약이 시작되자마자 1초 만에 모든 자리가 매진되기도 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작가와 오랜 시간 땀 흘려 준비한 이번 행사가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아 기쁘다"며 "어렵게만 느껴지던 현대미술의 복잡한 주제들을 일반인들이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뜻깊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세계적인 거장들의 무대를 꾸준히 마련해 국민들이 미술을 쉽게 즐기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어렵고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던 현대미술이 어떻게 대중의 일상 속으로 친근하게 스며들 수 있는지 보여줬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기발하게 비튼 작가의 시선은 소통을 갈망하던 젊은 세대의 감성을 정확히 관통했다. 미술관이 작품 전시관을 넘어 대중이 문화를 소비하고 소통하는 역동적인 놀이터로 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전시로 평가된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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