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지정 안중근 친필 유묵 최초로 경매 나온다"…케이옥션 6월 경매
류성룡·김구 필적부터 유영국·이우환 망라 120억 규모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 24일 오후 4시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국난의 시기에 겨레의 중심을 잡아주던 위인들의 유묵이 한자리에서 공개된다. 미술품 경매사 케이옥션은 24일 오후 4시 서울 신사동 본관에서 이달의 정기 경매를 열고, 총 107점의 총합 120억 원대에 달하는 문화재와 미술품을 무대에 올린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거래의 중심에는 단연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의 친필 글씨가 자리한다. 이는 문화유산의 사적 소장품이 공적 가치를 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이며, 단순한 골동품 거래를 넘어 근대사학의 공백을 메우는 메아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매사 측은 국가지정문화재로 등재된 안 의사의 필적이 공매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순국 직전의 상황을 방증하는 사법 기록물이 세트로 보존되어 있어 사료적 위상이 독보적이라는 설명이다.
보물 제569-1호인 '백인당중유태화'는 안 의사가 뤼순 형무소에서 사형 집행을 앞두고 쓴 유작이다. 가문의 번성과 평화를 위해 인내의 가치를 역설한 당나라 고사에서 따온 문구로, 침략자에 대한 적대감을 넘어 인류의 공존을 도모했던 사상가로서의 면모가 돋보인다. 사형 선고 판결문 인쇄본이 100년 넘게 일가에서 함께 전해져 내려온 내력도 귀하다. 죽음 앞에서도 평화와 용서를 구상했던 선열의 숭고한 정신세계가 묵직한 필선에 녹아 있어 보는 이의 숙연함을 자아낸다. 두 점의 경매는 16억 원에서 시작된다.
이번 행사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조정을 이끈 서애 류성룡의 서간을 시작으로 추사 김정희의 난초 그림, 백범 김구의 힘 있는 글씨, 그리고 신영복의 서예 작까지 출품되어 4세기 동안 이어진 민족의 서예 계보를 완성한다. 과거의 문장가들이 남긴 필적은 당대의 시대정신과 영혼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 지조를 지켰던 선조들의 글씨는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주며, 시대를 관통하는 연대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 근현대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명작들도 대거 출품된다. 탄생 110주년을 맞아 대규모 회고전이 진행 중인 유영국의 1974년 회화 '산'을 비롯해 한국 단색화의 영토를 넓힌 이우환과 박서보의 대작들이 새 주인을 기다린다. 아울러 타카시 무라카미 등 해외 거장들의 현대미술품도 다양하게 구색을 갖췄다. 전통의 필묵과 현대의 추상 회화가 만들어내는 시각적 대조는 한국 미술계의 두터운 층위를 확인시켜 준다. 소중한 문화유산과 세계적 미감이 어우러진 이번 전시는 우리 문화의 자부심을 확인하는 뜻깊은 이정표다.
이번 경매는 예술품의 가치를 직접 확인하고 역사의 숨결을 호흡할 기회를 일반에 널리 개방한 점이 특징이. 선열들의 고결한 뜻과 거장들의 예술 세계를 마음 깊이 음미할 수 있는 기회다.
출품작들은 13일부터 경매 당일인 24일까지 무료 프리뷰를 통해 직접 관람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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