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공간, 내가 없는 나의 모습"…정고요나 '퍼포밍 사적인 순간들'전
페이토갤러리 27일까지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스마트폰 화면 속 화려한 일상, 그것은 진짜 내 모습일까 아니면 연출된 연극일까? SNS 공간에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를 꾸미는 현대인의 씁쓸한 초상을 날카롭게 비춘 전시가 열린다.
서울 중구 동호로에 위치한 페이토갤러리는 27일까지 전시장 4층에서 정고요나 작가의 개인전 '퍼포밍(Performing) 사적인 순간들'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독창적인 시각 언어가 돋보이는 회화 작품 15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는 현대인들이 가상 세계에서 완벽한 주인공이 되기 위해 취하는 수행적 태도, 즉 '포즈'에 주목한다. 작가는 사람들이 SNS에 올릴 사진을 찍을 때 순간적으로 멈추는 자세가 마치 하나의 조각상이나 기념비처럼 보인다는 점을 포착했다. 이는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붙잡아 두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강한 욕망을 보여주는 동시에, 쉽게 사라지는 가벼운 디지털 이미지에 묵직한 존재감을 불어넣으려는 미술학적 도전이기도 하다.
화면을 과감하게 잘라낸 영화 같은 구도와 부드럽게 퍼지는 색감은 정고요나 작가만의 특징이다. 전시에서는 타인의 일상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시선, 사적으로 잘라낸 순간들, 그리고 신체의 일부분만을 확대한 여성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를 통해 세련된 예술적 감각과 함께 친밀함과 외로움이 동시에 소용돌이치는 묘한 긴장감을 전한다. 이는 지난 2024년 전시에서 다루었던 미디어의 필터링 문제를 인간 내면의 더 깊은 이야기로 발전시킨 결과물이다.
흔히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고 말한다. 정고요나 작가는 이 화려한 말 뒤에 가려진 현대인의 진짜 고독과 결핍을 유화 물감이라는 아주 느리고 정성스러운 도구로 캔버스에 옮겨 담았다.
갤러리 관계자는 "우리가 과연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 스스로를 디자인하고 포장하는지 의문을 던지는 자리"라며 "연출된 평화로움 뒤에 숨은 미묘한 불안을 찾아내 관객과 깊은 공감을 나누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시는 가짜와 진짜가 뒤섞인 세상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는 따뜻한 공간이다. 관람객들은 작품 속 인물들의 비밀스러운 내면을 바라보며, 디지털 세상 속에서 잃어버렸던 사람 사이의 진정한 따뜻함과 '내적 친밀감'을 다시금 확인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화려한 SNS 세상에 피로감을 느낀 현대인들에게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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