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멘트로 직조한 생명의 결"…이은경 '겹겹이 피어나다'전

하랑갤러리 21일~5월 3일

이은경 '겹겹이 피어나다'전 포스터 (하랑갤러리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언어에 담을 수 없는 자연의 강렬한 생명력을 현대적 매체로 재해석한 전시가 열린다. 부암동 하랑갤러리는 21일부터 5월 3일까지 이은경 작가의 공모 선정전 '레이어드 바이탈리티(Layered Vitality) - 겹겹이 피어나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이은경 작가가 프랑스 유학 시절 파리 근교 들판에서 마주했던 감각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다. 작가는 빛과 공기, 온도와 바람이 전신으로 스며들던 '몰입의 순간'을 포착해 이를 필라멘트라는 독특한 매체를 통해 회화의 물성으로 확장한다.

작업의 핵심은 전통적인 붓질 대신 선택한 '적층'(Layering)과 '직조'(Weaving) 방식에 있다. 필라멘트를 한 겹씩 쌓고 엮어내는 반복적인 행위는 평면 회화의 한계를 넘어 생명의 두께와 시간의 결을 물리적 부피로 구현한다. 화면은 단순히 시각적 이미지를 전달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감각과 시간이 응축된 입체적 구조물로 기능한다.

이은경, 깊게 스며든 노란 잔상 2_40x50cm_Mixed media on canvas, 2026 (하랑갤러리 제공)

색채 활용 또한 주목할 만하다.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노란색’'은 유채꽃의 생기부터 흙의 온기, 노을의 잔광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분화된다. 이는 에메랄드빛 녹색과 대비를 이루며 자연의 순환 리듬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한다. 화면 위에 펼쳐진 들판은 단순한 풍경의 재현을 넘어, 바람의 결이나 풀의 향기까지 담아낸 '경험의 직조'로 관람객에게 다가간다.

하랑갤러리의 '우수작가 공모선정전'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리다. 이은경 작가의 실험적인 매체 탐구와 감각 중심의 조형 언어는 현대 회화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관람객은 필라멘트의 입체적 구조 사이로 스며든 자연의 생명력을 마주하게 된다. 마치 실제 들판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몰입형 경험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