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피아노 듀오' 라베크 자매 "치열하게 싸워…'58년 동행'은 기적"

피아니스트 카티아·마리엘 라베크 자매 서면 인터뷰
공연은 오는 26일,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홀

'자매 피아니스트' 카티아(왼쪽)와 마리엘 라베크.(LG아트센터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비결 같은 건 없어요, 기적과도 같다고 할 수 있죠! 핵심은 함께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 연습하고자 하는 열망, 새로운 레퍼토리를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자매 피아니스트' 카티아(76)와 마리엘 라베크(74)가 7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내한 공연을 앞두고 최근 진행한 뉴스1과 서면 인터뷰에서 두 자매는 오랜 동행의 시간을 '기적'이라 표현했다.

이들은 성공적인 협업에 특별한 비결은 없지만, 분명한 '동력'은 있다고 했다. 동생 마리엘은 "저희의 차이점이야말로 듀오를 이토록 오랫동안 잘 이어올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며 "무대 위에서도, 삶에서도 저희는 매우 다르다, 서로 다른 두 개의 개성이 함께 드러날 때 피아노 듀오 음악은 더욱 흥미로워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베크 자매는 1968년 '피아노 듀오'의 길을 개척한 연주자다. 1981년 발표한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두 대의 피아노 버전 음반은 클래식 음반으로는 이례적으로 '골드 디스크'(50만 이상 판매)를 기록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라베크 자매 연주 모습ⓒ Christophe de Dreuille(LG아트센터 제공)
"의미 있는 결과 위해 대립은 필수"

두 대의 피아노에 나란히 앉은 지 약 60년. 갈등을 겪은 적은 없는지 묻자, 두 자매는 "당연히 있다"고 입을 모았다. 언니 카티아는 "때로는 치열한 다툼을 벌이기도 하지만, 그런 긴장 상태를 거쳐야만 비로소 의미 있는 결과에 닿을 수 있다"며 "대립은 꼭 필요하다"고 했다.

듀오 연주에서 역할 분담에 대해 카티아는 "마리엘은 저음역을, 저는 고음역을 선호한다"며 "처음에는 각자 따로 연습한 뒤, 충분히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함께 맞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게 피아노 듀오의 매력은,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과 무대를 함께 나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현대음악의 거장 필립 글래스(89)가 두 자매를 위해 편곡해 헌정한 '장 콕토 3부작(Cocteau Trilogy) 오르페, 미녀와 야수, 앙팡테리블'을 들려준다.

'장 콕토 3부작'은 프랑스 전방위 예술가 장 콕토(1889~1963)의 영화를 바탕으로 필립 글래스가 작곡한 세 편의 오페라를 두 대의 피아노 버전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30여곡이 연주된다. 라베크 자매는 3부작 중 '앙팡테리블'을 먼저 편곡해 세계 초연했고, 이후 두 자매의 요청으로 글래스와 음악감독 마이클 리즈먼이 나머지 두 작품을 추가로 편곡해 3부작이 완성됐다.

필립 글래스(LG아트센터 제공)
"필립 글래스,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작곡가"

필립 글래스와의 인연에 대해 카티아는 "런던 킹스 플레이스에서 열린 미니멀리즘 음악 페스티벌에 초청받으면서 모든 게 시작됐다"며 "2008년에 필립 글래스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네 개의 악장'을 작곡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악보를 실제로 마주했을 때는 너무 뛰어나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이어 "2013년 '미니멀리스트 드림 하우스'(Minimalist Dream House) 앨범에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네 개의 악장'을 녹음했고, 글래스는 우리 연주를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며 "그의 음악에 들어간 첫걸음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립 글래스는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한 명"이라고 덧붙였다.

두 대의 피아노만으로 구현하는 음악에 대해 카티아는 "피아노 두 대만으로도 매우 풍부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며, 오히려 오케스트라에서는 들을 수 없던 것들을 들을 수 있다"며 "템포 역시 오케스트라보다 훨씬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관객을 향한 메시지도 전했다. 마리엘은 "이전 방문 때마다 한국 관객들이 보여준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늘 인상적이었다"며 "제 남편인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도 체코 필하모닉과의 투어 당시 한국 청중들이 보내준 따뜻한 환대에 깊이 감동했다고 전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 콕토의 영화를 미리 감상한다면, 필립 글래스의 마법 같고 시적인 세계로 들어가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라베크 자매의 '투 피아노'(Two Pianos) 공연은 오는 26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홀에서 열린다.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