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 현역 조각가 김윤신 "나무는 내 영원한 친구"

호암미술관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 개최
전시 3월 17일~6월 28일

11일 호암미술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윤신이 작품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용인=뉴스1) 김정한 기자 = 호암미술관이 한국 현대조각의 기틀을 마련한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90)의 대규모 회고전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을 이달 17일부터 6월 2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70여년간 자연과 생명을 노래해 온 작가의 예술 세계를 총망라하며,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작품 170여 점을 선보인다.

11일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윤신은 구순이 넘는 나이에도 아직도 전기톱을 들고 나무를 깎는 작업을 하고 있는 원동력에 대해 "작업은 내 정신과 몸이 하나가 되는 과정"라며 "나무는 나의 영원한 친구"라고 식지 않는 열정을 드러냈다.

김윤신은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등 이국적인 자연환경 속에서 얻은 영감을 작품에 투영해 왔다. 특히 나무를 주된 매체로 삼은 이유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나무는 소통하는 친구였다"며, 재료의 물성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움직임을 담아내는 것이 작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호암미술관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 전시 전경. ⓒ 뉴스1 김정한 기자

1935년 원산에서 태어난 김윤신은 해방과 전쟁의 격동기를 거치며 한국 조각계에 독창적인 발자취를 남겼다. 1970년대 추상조각을 선보이며 주목받은 그는 1980년대 중반 아르헨티나로 이주, 남미의 거대한 나무를 재료로 현대성과 원시성이 공존하는 독보적 스타일을 정립했다.

전시의 핵심 이념인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은 작가와 재료가 만나 하나가 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작품이 탄생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1층 전시실에서는 1970년대 '기원쌓기' 시리즈와 파리 유학 시절의 판화, 드로잉을 통해 작가의 초기 조형적 관심을 조망한다. 이어지는 섹션에서는 전기톱을 사용해 나무의 원초적 생명력을 극대화한 아르헨티나 시기의 역동적인 작업들을 확인할 수 있다.

2층에서는 돌조각과 함께 2000년대 이후 아르헨티나 원주민 마푸체 부족의 색채를 수용한 조각들이 전시된다. 특히 작가가 ‘회화-조각’이라 명명한 최신작 '노래하는 나무 2013-16V1'(2025)은 알루미늄 캐스팅에 아크릴 채색을 더해 장르 간 경계를 유연하게 확장하는 구순 작가의 현재진행형 에너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호암미술관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 전시 전경. ⓒ 뉴스1 김정한 기자

전시를 기획한 태현선 리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는 "김윤신은 숨 쉬듯 작업하며 예술과 삶을 일치시켜온 작가"라며 "톱질과 망치질 자국이 선명한 그의 작업은 동시대 미술에서 보기 드문 '작가'라는 존재의 무게를 경험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신은 최근에는 조각에 채색을 결합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후배 여성 작가들에게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이 사회의 밑거름이 된다"는 조언을 남겼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 조각의 기틀을 마련한 그의 60년 예술 인생을 망라하는 자리다. 끊임없이 회춘하는 예술적 생명력을 증명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한편, 전시 기간 중에는 작가와의 대화(27일), 대중강연, 국제 학술 심포지엄 등 풍성한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모든 프로그램은 리움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 후 참여할 수 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