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조각에 쌓아 올린 기억과 명상의 시간"…권세진 '고요한 풍경'전

아트사이드 갤러리 3월 7일까지

권세진 '고요한 풍경'전 포스터 (아트사이드 갤러리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작가 권세진은 3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개인전 '고요한 풍경'(Quiet Time, 콰이어트 타)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기억의 풍경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을 관람객들에게 소개한다. 그가 세상과 마주하며 응축된 시간과 내면의 고요함을 탐구하는 수행적 과정을 회화 17여 점을 통해 선보인다.

전시가 시작되는 1층에서는 작은 한지 조각들을 이어 붙여 거대한 호수를 구현한 대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수면 위로 번지는 빗방울과 부서지는 햇살을 담은 이 작품은 작가가 직접 촬영한 찰나의 사진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본래 좁은 작업실에서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한지를 작게 조각 내어 쓰기 시작했으나, 이제는 이 방식이 사진 속 시간을 물리적으로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작가만의 독창적인 예술 기법이 됐다.

권세진 '고요한 풍경'전 전시 전경 (아트사이드 갤러리 제공)

지하 전시장으로 내려가면 작가의 세계관은 더욱 깊어진다. 이곳에서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무의미한 이미지들을 소재로 한 작업과 신작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프린터가 색을 만드는 방식을 따와 정교하게 그림을 그린 뒤, 그 위에 다시 흰색 물감을 덧칠해 형상을 지워나가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뿌연 화면은 매끄러운 디지털 이미지에 입체적인 두께와 시간의 깊이를 더한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특히 처음 선보이는 신작 '콰이어트 타임'(Quiet Time) 연작은 작가의 시선이 특정한 기억의 재현을 넘어 온전한 고요의 상태로 나아갔음을 보여준다. 어둠 속에 홀로 존재하는 꽃과 사물들은 일상적 맥락에서 분리되어 독립된 우주처럼 존재하며, 대상을 둘러싼 여백은 관람객을 깊은 침잠과 명상의 상태로 안내한다.

이번 전시는 얇은 종이 위에 쌓아 올린 시간의 두께이자 삶의 은유다. 빗방울의 파장에서 시작해 온전한 고요에 이르는 여정을 통해 관람객이 자신만의 내면 풍경과 마주하는 소중한 기회를 선사한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