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DNA, 현대라는 도화지 위에 다시 새겨지다"…'화이도'전

김남경·김지평·박방영·안성민·이두원·정재은 6인 참여
갤러리현대 '신관'과 '두가헌 갤러리' 2월 28일까지

화이도(畫以道) 전시 포스터 (갤러리현대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전통은 박제된 유산이 아니라 오늘의 감각으로 끊임없이 갱신되는 현재형 언어다. 갤러리현대 신관과 두가헌 갤러리에서는 '화이도'(畫以道, The Way of Painting)를 다음 달 28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김남경, 김지평, 박방영, 안성민, 이두원, 정재은 등 6인의 작가가 참여해 75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 현대미술에 내재한 '회화적 원형'이 동시대 시각 언어로 어떻게 변주되고 확장되는지 살피는 전시다.

전시 제목인 '화이도'는 '그림으로 길을 삼는다'는 뜻이다. 참여 작가들은 과거의 도상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안에 내재한 미적 DNA를 현재의 기술과 매체로 다시 활성화한다. 여기서 '한국적'이라는 개념은 제도권 미술을 넘어 무속적 세계관까지 포괄하는 확장된 의미로 정의된다.

화이도(畫以道) 전시 전경 (갤러리현대 제공)

갤러리현대 신관 1층의 김지평은 동아시아 전통 형식을 현대적 시선으로 재구성한다. 출품작 '디바-무(巫)'는 소외됐던 여성과 무속의 목소리를 무대 중앙으로 소환한다. 또한 호피도를 재해석한 '찬란한 껍질' 연작을 통해 전통의 이면을 탐구한다.

2층에서는 민화의 해학과 비정형성을 계승한 박방영과 이두원의 작품이 교차한다. 박방영은 서예의 필력과 현대적 조형성을 결합해 생동감 넘치는 화면을 구축하며, '본향의 도'를 통해 삶의 궤적을 회고한다. 뉴욕 아모리쇼에서 주목받은 이두원은 천연 재료와 먹을 사용해 '기명절지도'와 '설중대춘도'를 유머러스하게 변주, 전통의 개방성을 극대화한다.

지하 1층은 책가도와 산수화의 현대적 변용에 집중한다. 안성민은 레이저 커팅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전통 도상을 초현실적인 공간으로 확장하며, 김남경은 책가도의 엄격한 질서를 15도 비틀어 해체함으로써 사유의 새로운 각도를 제안한다.

화이도(畫以道) 전시 전경 (갤러리현대 제공)

두가헌 갤러리로 이어지는 전시는 정재은의 '일월오봉도'와 '책거리' 연작으로 완성된다. 작가는 낮은 채도와 금·은분을 사용해 절제된 미감을 선보이며, 상하 대칭 구조의 대형 작업을 통해 순환과 균형이라는 우주론적 세계관을 시각화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갇혀 있던 미적 감각을 지금 이곳의 감각으로 끄집어낸다.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형식이 아니라, 우리가 여전히 세상을 보고 느끼는 근원적인 방식을 확인하는 자리다.

acenes@news1.kr